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라는 거대한 빗장을 풀었다. 세입자가 있어 팔지도 사지도 못했던 주택 거래의 통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 숨통 트인 토허구역, 그러나 너무 좁은 문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거주 의무의 ‘한시적 유예’다. 지금까지 토허구역에서 집을 사려면 4개월 안에 짐을 싸서 들어가야 했지만, 이제는 기존 세입자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매수자 자격이다. 정부는 5월 12일 기준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사람에게만 이 기회를 줬다. 집을 팔고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1주택자의 ‘갈아타기’는 철저히 차단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매수층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전문가의 경고 “대출 규제와 양도세가 매물 잠근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반쪽짜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조치로 일부 매물이 나올 수는 있으나 그 양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대출이다. 현재 규제지역 내 고가 주택은 가격에 따라 2억 원에서 6억 원 사이로 대출 한도가 묶여 있다. 비거주 1주택자가 집을 팔고 싶어도 새로 이사 갈 집의 대출이 나오지 않으니 매도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다주택자 상황은 더 복잡하다. 지난 10일부터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되면서 세금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전세를 끼고 매각하는 편의성은 개선됐지만, 무거운 세금을 내면서까지 집을 팔 매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세금과 대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물 출회 효과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 ‘시한폭탄’ 된 2028년… 갈등의 불씨 남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래의 분쟁을 예약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거주가 유예되는 최장 기한인 2028년 5월쯤에는 입주하려는 집주인과 나가지 않으려는 세입자 사이의 ‘퇴거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갭투자를 새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을 한시적으로 묵인한 셈이라 자산 가격 상승 시기에는 투기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도 존재한다. 정책의 의도가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갈등과 투기의 변종으로 남을지는 시한인 올 연말까지의 거래 지표가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