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24.24포인트(4.3%) 급등한 7822.24로 마감하며 사상 최초로 7800대 종가를 기록했다. 12일 장중에는 7999.67까지 치솟으며 8000선을 넘보기도 했다. 연이틀 프로그램 매수호수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될 만큼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1만 선을 넘어 1만2000선 도달 가능성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5거래일 만의 일이다. ‘숫자’만 달라진 게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자본의 시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1월 정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시장 및 자본시장 개혁 로드맵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영문 공시가 의무화됐다.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기업을 분석하는데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였던 언어문제가 제도적으로 해소되기 시작한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부터 일일 거래 시간을 현행 6시간30분에서 12시간으로 확대한다. 미국 투자자가 자국 시장 개장 전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처음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의 직접 거래를 허용하는 규정 개정도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현재 한국 증시의 외국인 거래 비중은 20% 초반으로, 일본 68%·대만 35%에 크게 못 미친다. 이 간극이 제도 개선과 함께 좁혀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선점 기회를 감지한 기관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기관의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5월 한국투자증권과 미 뉴욕 본사에서 양해각서(MOU)를 맺고 “한국은 골드만삭스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공식 언급한 바 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각각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 조정했다.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은 올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후 한국은행·국회·금융위원회 실무진을 잇달아 만나 한국 시장 진입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타진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서클의 경우 국내 시장에 참여하고 싶어 규제 당국과 접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지난 3월 서울에서 있었다. NYSE 부회장 겸 글로벌 자본시장 총괄 마이클 해리스(Michael Harris)가 직접 서울을 찾았다. 1792년 창립,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거래소인 NYSE의 2인자가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이틀간의 일정은 의례적인 방문이 아니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공식 예방하고,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 한·미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이어 삼성글로벌리서치, LG경영연구원, CJ그룹, 한화자산운용, KDB산업은행,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투자증권, 넥스트증권, 하이브, 토스, 한솥, 현대캐피탈 등 13개 기업·기관과 연쇄 전략 미팅이 이어졌고, ‘한국–NYSE 경영진 라운드테이블(Executive Roundtable)’도 별도로 열렸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의 면담 및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회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중 하나”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한을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의 월가 투자설명회(IR) 행사에 대한 실질적인 후속 조치로 본다. 대통령의 월스트리트 방문, MSCI 로드맵 발표, NYSE 부회장의 서울 답방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단순한 외교적 수순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권의 관심이 행동으로 전환되는 신호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시 방한의 전 일정을 기획·조율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피어스베일(PierceVale, 대표 민보영)이다. 설립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신생 전략 자문 컨설팅사지만, 총리 예방에 필요한 지원부터 기업 라운드테이블 기획, 언론 인터뷰 주선, 전략 메시지 설계까지 이번 방한의 전체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NYSE는 피어스베일 앞으로 보낸 공식 서한을 통해 “방한 기간 전략 메시지와 전체 아젠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준 데 감사한다”고 밝혔다.
피어스베일은 앞서 지난해 5월 미 연방준비제도(FRB),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NYSE를 귀빈 자격으로 연달아 방문했으며, FRB에서는 앤 미스백 이사회 사무총장이 직접 초청한 덕에 식전 연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서클, 로빈후드 등 한국 진출을 검토 중인 글로벌 기업이 피어스베일과 먼저 전략 논의를 진행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일반적인 컨설팅 기관이 보고서와 분석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정책·금융기관,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를 직접 연결해 실제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는 실행형 구조가 피어스베일의 강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내달에는 한국 4대 경제단체 최고위급 임원의 방미 시 월가 고위인사 면담을 주선하는 등 한국과 글로벌 시장의 핵심 가교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기관이 한국 시장을 단순 영업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최근에는 정책·규제·산업·자본시장 구조 전체를 함께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며 “단순 분석 보고서보다 실제로 정부·시장·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실행형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NYSE 부회장이 서울을 찾아 총리를 만나고, 골드만삭스가 한국 파트너와 MOU를 체결하고, 서클이 금융당국 문을 두드리는 이 모든 장면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코스피 8000을 눈앞에 둔 지금 한국 자본시장이 아시아의 주요 거점 중 하나를 넘어 글로벌 금융전략의 핵심 변수로 재편되고 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