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부장검사를 배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가 자신을 수사한 안권섭 상설특별검사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 안 특검 등이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공소사실에서 누락하는 한편, 수사 대상자이자 ‘외압’ 의혹 폭로자인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에게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에서다.
엄 검사 측은 12일 “안 특검과 김기욱·권도형 특검보, 상설특검 파견 검사 3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엄 검사 측은 안 특검 등이 허위의 ‘프레임’을 구성하고자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에서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객관적 물증을 고의로 배제하는 등 사안을 왜곡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쿠팡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5일 이른바 ‘3자 회의’가 열린 정황을 상설특검이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기소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고소장에 담았다.
아울러 엄 검사 측은 안 특검이 공식 출범 닷새 만인 지난해 12월11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문 검사에게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 차장이었던) 김(동희) 엄중 처벌 예정’, ‘(당시 주임검사였던) 신(가현) 입건 검토’라고 말했다고 보고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안 특검은 엄 검사 측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 언론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검은 선입견 없이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했음을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엄 검사와 김 검사는 지난해 4월 부천지청 지청장과 차장으로 각각 근무하면서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주임검사에게 ‘대검찰청 보고 진행 사실을 문 부장검사에게 알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한 혐의 등으로 상설특검에 의해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의혹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2023년 5월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부천지청은 지난해 4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송치한 이 사건을 수사한 뒤 불기소 처분했다.
문 검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지청장과 차장이 쿠팡 사건 무혐의 처분을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자신과 주임 검사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이 불법이라고 결론 냈으나, 차장이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며 회유했고, 지청장은 새로 부임한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상설특검 출범의 도화선이 됐다.
한편, 상설특검이 수사를 마무리짓지 못한 채 검찰에 넘긴 쿠팡 관련 잔여 사건들이 공수처로 이첩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호경)는 지난달 말 상설특검팀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 중이던 쿠팡 관련 사건 일부를 공수처로 넘겼다. 이첩 대상에는 엄 검사 등이 피의자로 된 사건들도 포함됐다. 공수처법 제25조에 따르면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