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거사(地空居士)’.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을 일컫는 말이다. ‘지공(지하철 공짜)’과 ‘거사(일하지 않고 노는 사람)’의 합성어다. 인터넷 어학 사전에도 버젓이 올라있는 단어다. 최근에는 지하철을 타고 하릴없이 다니는 노인이라는 비아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실제 뉴욕타임스가 “65세 이상 노인들이 무료요금 정책을 활용해 종착역까지 가거나, 목적지 없이 다니다가 되돌아오며 하루를 보냈다”고 소개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지공거사’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의 1분기 무임승차 이용 현황을 보면 지하철 1호선 이용자 5명 중 1명(21.6%)은 65세 이상 경로(고령) 무임승차였다. 서울지하철 전체 고령 무임승차자 비율은 2년 새 14.6%에서 15.1%로 올랐다. 특히 동대문구 경동시장과 가까운 1호선 제기동역은 전체 승차자 144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68만명(47.2%)이 고령 무임승차자였다.
‘지공거사’들이 가장 마음이 쓰이는 건 만성적 지하철 적자의 주범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다. 지하철 무료 탑승은 1984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개통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당시는 노인 인구가 4.1%였다. 지금은 급격한 고령화로 국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21.6%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6개 도시철도의 무임승차 손실 규모는 5조3652억원에 이른다. 서울교통공사 측이 최근 정부에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을 대표해 5761억원의 지원을 요구한 이유다.
그렇다고 지하철 적자를 오롯이 노인 무임승차 탓으로 돌리는 건 과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혼잡 완화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노인무임승차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 뉴욕은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의 지하철 요금 50%를, 프랑스는 62세 이상 노인의 대중교통 월 정기권을 할인해준다. 노인 무임승차는 단순한 경제적 혜택을 넘어 노인의 이동권과 건강 유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지자체는 경영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중앙 정부도 재정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인들이 눈치까지 보면서 지하철을 타야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