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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엔 ‘불법’ 현수막, 주최 측은 “법적 대응”…러너들만 붕 뜬 울트라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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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예정 ‘서울 울트라 마라톤’ 취소
주최 측, 잠정 연기…‘행정 횡포’ 주장
당국, ‘승인 절차’ 무시했다며 반박
마라토너만 피해자…불만과 비난 교차

‘5월16일 뚝섬 경유 서울 한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승인되지 않은 불법 행사입니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때 이른 초여름 날씨를 보인 15일 오후, 오가는 이가 드문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자전거 도로 인근에 이 같은 현수막이 걸렸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직접 설치한 현수막은 대회를 강행하려는 주최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행정 당국 사이의 팽팽한 대립을 보여주는 물리적 경고장이나 마찬가지였다.

 

15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자전거 도로 인근에 ‘5월16일 뚝섬 경유 서울 한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승인되지 않은 불법 행사입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15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자전거 도로 인근에 ‘5월16일 뚝섬 경유 서울 한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승인되지 않은 불법 행사입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예정대로면 대회 전날 코스 사전 답사를 위해 주로를 분주히 달려야 했을 러너들은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A씨는 “울트라 마라톤이라는 대회가 있는 줄도 몰랐지만, 공공기관이 저렇게까지 ‘불법’을 강조하며 현수막까지 내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응했다.

 

앞서 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14일 “동대문구청의 갑작스러운 장소 사용 승인 취소로 대회를 잠정 연기한다”고 알렸다. 조직위는 지난 3월 동대문구로부터 대회장 사용과 안전관리계획을 정식 승인받았으나, 미래한강본부의 부당한 압박과 이에 따른 동대문구청의 일방적인 행정 승인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조직위는 “행정기관의 비협조와 물리적 방해 속 대회를 강행하면 주로 이용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는 판단으로 연기를 결정했다”며, “이번 사태를 초래한 위법한 처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한 주로를 확보한 후 대회를 정상 개최하겠다며, 연기된 일정에 참가가 어렵다면 참가비를 전액 환불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정의 횡포’로 마라톤을 향한 열정이 꺾여선 안 되며 정당한 체육 활동 권리를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 한강공원 관리 주체인 미래한강본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안전 관리는 타협 없는 원칙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회가 열릴 저녁 시간대에 ‘드론라이트쇼’ 관람객 등 약 3만명이 뚝섬한강공원 일대에 밀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승인 없는 대규모 야간 마라톤 강행은 시민의 보행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본부는 주최 측이 지난해에도 대회를 무단 개최한 전례가 있으며, 올해 역시 사전 승인 절차가 필수적임을 안내했으나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16일 한강공원 승인 행사 목록에는 여의도의 ‘책 읽는 한강공원’과 ‘주한인도원 페스티벌’, 뚝섬의 ‘드론라이트쇼’,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신문사 주최 ‘하프마라톤’만 명시됐다.

 

대회 승인을 내줬던 동대문구도 입장을 바꿨다. 승인 요청 당시 구 관할 구역 내의 구간만 보고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으로 승인했을 뿐, 코스별 자치구와 관리 주체의 승인을 따로 받아야 완전한 대회 개최가 가능하다면서다.

 

‘서울 한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은 16일 오후 5시쯤 서울 동대문구 장안1수변공원을 출발해 성수대교, 영동대교, 잠실대교 등을 거쳐 경기 양평군 양서초등학교를 반환점으로 삼아 왕복 100㎞ 코스를 달릴 예정이었다.

 

‘서울 한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 주최 측의 주로 변경 관련 안내문. 대회 주최 측 홈페이지 캡처
‘서울 한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 주최 측의 주로 변경 관련 안내문. 대회 주최 측 홈페이지 캡처

 

결국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수개월간 이 대회를 위해 땀 흘려온 마라토너들이다.

 

주최 측 공지에는 “환불 방법을 명확히 하라”는 현실적인 요구부터 “동대문구 승인만으로 전체 한강 주로를 뛰려 한 안일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에 “행정 기관의 융통성 없는 대처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주최 측의 안이한 처리에 속았다는 허탈함과 행정 당국이 더 확실하게 선을 그었어야 한다는 원망의 교차다. 누리꾼들은 여러 지자체 담당 지역을 통과하는 대회라면 준비 단계부터 더욱 철저했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