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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거래로 위장한 악질 사채…경찰, 변종 불법사금융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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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불법 사금융업체는 소액대출이 필요한 고객이 찾아올 때마다 ‘상품권을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예를 들어 A씨가 30만원 대출이 필요하다고 하면 ‘50만원 상품권을 팔겠다’는 글을 쓰도록 하고, 기한 내 50만원을 변제한다는 구매 계약을 맺은 뒤 30만원을 내주는 식이다.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뉴시스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뉴시스

이들이 기한 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직장·지인들에게 연락해 상환을 압박했다. 업체는 상품권 판매 사기를 당한 것처럼 경찰에 대출자를 허위 고소해 변제금을 뜯어내기도 했다. 업체는 2024년 8월부터 이 같은 범행을 지속했고 일당 3명은 최근 경찰에 검거돼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불법사금융이지만 상품권 계약으로 속이는 변종 수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전국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1553명을 검거(1284건)하고 51명을 구속시켰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검거 건수는 37.5%, 검거 인원은 19.0% 증가한 수준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단속 기간 중 불법사금융업자가 불법 대출 과정에서 지인 또는 가족의 개인정보를 담보 명목으로 요구한 뒤 이들을 협박한 불법채권추심 사례와 상품권 예약판매 같은 신·변종 수법이 다수 적발됐다.

 

울산청에서는 지난달 ‘내구제 대출’ 관련 광고 글을 인터넷에 올린 뒤 가전제품 렌탈을 시킨 불법 사금융 브로커 등 82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1000만~2000만원 어치 렌탈을 시키도록 한 뒤 렌탈 가전제품을 장물업자에게 판매하고 돈을 줬다. 피해자들은 렌탈 업체에 돈을 갚아야하는 처지가 되는 방식이다.

 

경찰은 상품권 예약매매 등을 빙자한 소액 대출 수법의 경우 그동안 대부계약 상 금전 거래가 아닌 상품권 매매로 보면 처벌이 쉽지 않았지만, 계약 이면에 불법대출 계약이 존재하는 것을 입증하면서 처벌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이 이번에 적발한 불법사금융 피해는 채권추심법위반과 대부업법위반이 각각 43%로 가장 많았고 이자제한법위반이 14%로 뒤를 이었다. 피해 연령별로는 20~30대가 52%로 절반을 차지했고 40~50대가 38%, 60대 이상이 7% 순이었다. 경찰청은 올해 1~4월 불법대부광고나 불법사금융 범행에 이용된 전화번호 61건도 이용 중지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연 이자율이 60%를 초과하거나 계약체결 과정에서 성착취·인신매매 등 반사회적 행위 및 폭행·협박이 있는 경우 계약자체가 무효”라며 “원금·이자 모두 변제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급한 원금·이자를 반환받을 수 있으니 ‘불법사금융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시스템’(1600-5500)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경찰의 불법사금융 단속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법정 이자 초과 대출은 무효, 이자율(명목 불문) 60% 이상이면 원금도 무효”라며 “갚을 필요 없고 그렇게 빌려준 업자는 형사처벌까지 된다. 무허가 대부업도 처벌된다”고 강조했다.

 

< 불법사금융 및 과다채무 피해 예방 권고문 >

 

불법사금융 피해에 노출된 경우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과도한 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서민금융진흥원(☎1397) 또는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연이율 60% 초과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