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4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일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전 회담들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들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으나,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짧은 회담 결과 설명자료(readout)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설명은 담기지 않았다. 2022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이 양 정상이 정면 충돌하는 핵심 의제 중 하나였던 것과는 달라진 기조다.
두 정상의 만남에서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중국중앙(CC)TV가 전했지만, 다른 산적한 과제를 볼 때 비중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의견 교환의 수준은 원론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대통령 시기인 2022년에는 북핵에 대한 해법이 미·중 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시 주석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한에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 측은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고 각 측의 우려, 특히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른 언급을 했다. 중국 측 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엔 북한 문제와 관련한 내용이 아예 없었다.
그랬던 것과 달리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언급하고 있는 데다 무역 등 더 ‘시급한’ 의제에 관심을 쏟는 만큼 미·중이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대폭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가 양측이 대립해야 할 ‘핵심 의제’가 더 이상 아닌 것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만남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관심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엔 북한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이란 전쟁을 마무리 짓는 데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에 이란을 설득하도록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까지 전면적으로 의제에 오를 여유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 김 위원장을 만나려 하는 상황에서 굳이 미·중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짧은 설명자료에는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확대 등 경제 문제와 펜타닐(마약) 유입 차단 협조, 이란 문제만 담겼다.
중국에선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4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는데, 이를 두고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를 고려해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왕 주임을 북한에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15일에도 오찬 회동 등이 예정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한에 대한 관심사를 표현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한반도 상황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는 작지 않은 신호를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에선 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문제’라는 인식이 있어 실무자들 차원에선 잘 다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기간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하게 된다면 이 문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 이후 다뤄지게 될 ‘살아 있는 의제’라는 점을 재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전면적으로 다뤄지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데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