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주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신상공개가 잇따른 주였다. 한밤중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와 ‘마약왕’으로 불리는 박왕열(47)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혐의로 ‘청담’ 최병민(50)의 신상이 공개됐다. ‘청주 노래방 살인 사건’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도 검토 중이다.
◆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당초 표적은 알바 동료 여성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14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등 혐의로 장윤기를 검찰에 송치했다. 장윤기는 같은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으며 같은 날 신상정보도 공개됐다. 장윤기는 지난 5일 오전 12시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고교 2학년 여학생(16)을 살해하고, 다른 학교 2학년 남학생(17)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다. 경찰은 장윤기가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베트남 여성 A(20대)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해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은 장윤기가 자신의 구애를 거절하고 스토킹범으로 신고한 A씨를 당초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가 애꿎은 약자에게 분풀이한 것으로 판단했다. 범행 이틀 전인 지난 3일 오전 2시쯤 A씨 집을 찾아갔던 장윤기는 A씨로부터 교제를 거절당하자 A씨를 성폭행하고 협박한 뒤 같은 날 오후 흉기 2점을 구매해 A씨 집을 다시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집 근처를 서성이는 장윤기를 목격한 A씨는 경찰에 스토킹 신고를 한 뒤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경찰의 경고 문자메시지로 112 신고 사실을 알아챈 장윤기는 이후로도 A씨 직장과 집 주변을 30여 시간 배회했다.
신고 후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타지역으로 떠난 A씨를 찾지 못한 장윤기는 다른 분노 표출 대상을 물색했고 홀로 귀가하던 여고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여고생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1㎞가량 미행하다 예상 동선을 차로 앞질러 갔다. 범행 장소로는 인적이 드물고 방범용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인 샛길 초입을 택했다. 여고생을 살해하고 남고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후에는 건물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승용차와 칼을 버리고, 혈흔이 남은 외투를 세탁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체포 당시 회수된 여분의 칼 1자루는 A씨를 살해할 목적에 남겨뒀던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장윤기와 피해 학생들 간 아무 관계가 없는 이번 사건을 이상동기 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분류하고 범행동기 규명에 주력했다. 이후 행적 재구성, 프로파일러 면담, 스마트폰 포렌식 등을 통해 장윤기의 범행을 분노범죄로 규정했다. 하지만 장윤기는 수사 과정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고, 누군가 데리고 가려 했다”는 진술을 반복하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 ‘마약왕’ 박왕열 공급책 ‘청담’ 최병민…210만명분 마약 유통
경기남부경찰청은 필리핀 마약총책으로 불려 온 박왕열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혐의로 태국에서 붙잡힌 마약사범 최병민의 신상을 12일 공개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최병민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으나, 최병민의 동의 거부로 공개가 지연됐다.
최병민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약 46㎏, 케타민 약 48㎏, 엑스터시(MDMA) 약 7만6000정 등 380억원 상당(210만명 동시 투약분)의 마약류를 국내로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는 박왕열에게 공급한 케타민 2㎏, 엑스터시 3000정가량이 포함돼 있다.
최병민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일컫는 ‘청담’이라는 텔레그램 닉네임으로 활동하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받고 마약류를 판매했다. 그는 마약류 유통 수익으로 거액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슈퍼카를 타고 다니며 초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3월25일 필리핀에서 국내로 송환된 박왕열을 조사하던 중 최병민의 혐의를 확인한 뒤 태국 수사기관과 협조해 지난달 10일 최병민을 현지에서 검거하고 지난 1일 국내에 강제 송환했다.
◆ ‘청주 노래방 살인’ 60대 남성 구속…신상공개 검토
청주지법 이현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노래방에서 지인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B(60)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 우려가 있다”며 지난 11일 영장을 발부했다. B씨는 지난 9일 오전 5시11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의 한 상가 지하 1층 노래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 C(50대)씨와 D(40대)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D씨는 가슴 부위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D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시간여 만에 현장에서 B씨를 체포했다. B씨는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과정에서 경찰의 초동 대응 논란도 불거졌다. 경찰은 출동 당시 흉기에 찔린 피해자가 있던 노래방의 문이 잠겨 있자 범행 현장으로 단정하지 못한 채 철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지하 1층 노래방에는 B씨와 C씨가 함께 있었지만, 이곳의 문이 잠겨 있자 사건 발생 장소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용의자가 이미 도주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형사들은 일대를 수색하던 중 우연히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부로 진입해 B씨를 검거하고 방 안에서 숨져 있는 C씨를 발견했다. 경찰 측은 “당시까지만 해도 사건 발생 장소가 노래방이며 또 다른 피해자가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단서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충북경찰청은 오는 18일 B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찰은 B씨가 사전에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점을 토대로 평소 피해자들에게 원한을 품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등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