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 응원 문화에서 선수 등장곡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치어리더는 음악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고, 팬들은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관중석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구단마다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대표 등장곡’이 있다. 시즌 초반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SSG 랜더스에서는 오태곤의 등장곡이 대표적이다. 중독성 강한 클럽 음악에 맞춰 두 팔을 흔드는 안무는 관중석 분위기를 순식간에 달아오르게 만든다.
직접 해봐야 알 것 같았다. 지난 5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 기자는 타석 순으로 세 가지 안무에 도전했다.
첫 번째는 정준재의 등장곡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 OST ‘파라다이스’. 치어리더의 안무에 맞춰 기자도 팔을 젓는 동작을 따라 했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두 번째는 최정의 등장곡인 BTS의 ‘불타오르네’. 박자는 더 빨라졌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주변 팬들과 박자를 맞추다 보니 어느새 응원석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문제는 오태곤이었다.
클럽 비트가 울려 퍼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치어리더는 이미 다른 차원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팬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한쪽 구석에서 동작을 따라 해봤지만, 눈과 몸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팔을 흔드는 것까지는 어떻게 됐는데, 박자에 맞춘 무게중심 이동까지 더해지자 몸이 급격히 꼬였다. 옆에서 보던 팬이 슬쩍 거리를 두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반면 SSG 팬들에게는 어려운 동작이 아니었다. SSG 팬 유재용 씨는 “처음부터 쉬워 보였다”며 “야구장 응원은 그냥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응원 문화에 대한 애정도 컸다. 그는 “응원 문화가 없다면 야구장에 가는 횟수도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 같다”며 “TV로도 경기는 볼 수 있지만, 직접 야구장에 오는 이유는 다 같이 응원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찬 야구장의 열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순간에도, 더위에 지쳐갈 때도 치어리더와 응원단은 관중석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따라 할 수 있는 안무와 응원가 뒤에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반복이 숨어 있다.
실제로 KBO리그의 흥행 열기는 숫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는 8일 기준 역대 최소 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달성했다. 3년 연속 1000만 관중 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력뿐 아니라 관중석이 함께 만드는 응원 문화 역시 KBO 흥행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두산 베어스 팬 이우진 씨는 “KBO리그는 단순히 경기를 보는 분위기가 아니라 팬들이 함께 응원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다 같이 응원하다 보면 팀에 대한 애착도 훨씬 커진다. 이런 문화 자체가 KBO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