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육부가 주최하는 ‘스승의 날 기념 행사’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사노동조합연맹 등 3대 교원 단체가 모두 불참해 ‘주인 없는 잔치’가 됐다. 교육부가 행사에서 추진하던 ‘교육 회복을 위한 공동 선언’ 등에 불만을 표시하며 보이콧한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교권 추락 대책을 내놓지 못한데 따른 교사들의 불신이 이런 갈등으로 표출된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안전 문제로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되는 상황과 관련해 “구더기가 생길까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발언한 이후 교사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교육계와 정부 간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교육현장에서 스승의 날이 ‘기피의 날’로 변하고 있는 건 우려스럽다. 스승의 날에 대한 교사의 부정적인 인식은 청탁금지법 안내 논란에서도 드러난다. 경북교육청은 13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학생이 준 케이크를 먹지 말라’는 취지의 공지를 해 교사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교육청은 교사 업무 포털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케이크 파티를 열고 학생들끼리 나눠 먹는 것은 괜찮지만, 교사와 나눠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 배너를 올렸다. 결국 “파티는 해도 케이크는 선생님 주지 말라는 게 스승의날 안내냐”,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며 교사들이 항의하자 교육청은 배너를 삭제했다. 교육당국의 어이없는 ‘면피성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제주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20분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도 충격적이다. 제주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제주시 모 초등학교 A교사가 교내 위(Wee)클래스에서 고학년 학생 B군으로부터 약 20분간 폭행당했다. 위클래스는 정서·행동 문제 등을 겪는 학생을 상담·지원하는 공간으로, B군은 다른 학생과의 갈등으로 분리 지도를 받던 중 갑자기 물건을 던지고 3층 창문 밖으로 탈출하려고 했다고 한다. A교사가 B군을 제지하자 B군은 A교사를 향해 여러 차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고 의자 등을 던졌다.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은 A교사는 불면과 불안·우울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교사들이 느끼는 직업적 회의감은 심각하다. 교사노조가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 7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5.5%가 ‘지난 1년간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했다. 사직을 고민한 가장 큰 이유는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62.8%)이었다. 응답자의 절반은 ‘지난 1년간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게다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교사가 10명 중 9명이었다. 이러니 교사들의 사기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국의 대책은 미흡하다. 교사들이 폭행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이 발생할 때마다 교권 보호 대책을 쏟아내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전시성 행정일 뿐이다. 교사들이 교권침해 보험을 들며 자구책을 마련할 정도다. 이 대통령이 어제 “선생님들이 교육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생님들의 열정과 사명감이 결코 사그라들지 않도록 실질 지원과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말만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교권 침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다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