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며 시작된 이란 전쟁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가장 곤란하게 하는 것은 자국의 유가 폭등이다. 휘발유 가격이 미국인들의 ‘심리적 저지선’인 1갤런(약 3.79리터) 당 4달러를 훌쩍 넘어 5달러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넓은 국토로 자동차가 필수품인 미국에서 고유가는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만을 폭증시키는 핵심 트리거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대규모 전략비축유를 방출했지만, 그마저도 상당부분이 해외로 흘러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에너지 리서치업체 케이플러의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방출한 전략비축유 중 약 1300만 배럴이 유럽 등지로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전략비축유를 선적한 유조선은 ‘키라카팅고’(Kyrakatingo)호로 미국 내 4대 동굴 비축지 중 하나인 브라이언 마운드에서 나온 ‘브라이언 마운드 사워’ 원유 70만 배럴을 실어 나른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시장의 경색을 완화하고자 전략비축유 1억7200만배럴을 방출키로 한 바 있다. 현재까지 반출된 물량은 3130만 배럴로 집계됐다.
전략비축유가 수출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도 비축유가 유럽과 아시아로 팔린 바 있다. 문제는 비율이다. 2022년 수출량은 전체 방출량의 약 10%에 그쳤지만 올해 수출량은 전체의 40%에 달한다.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물류 요지인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미국이 안전한 대체 원유 수입지로 떠오른 영향 속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방출한 비축유까지 대거 해외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거꾸로 치솟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시적 현상이며 전쟁 이후 정상화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고, 중동 원유시설 피해도 커지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제는 더 우세하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비축유 방출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연료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여름철 휴가 시즌이 가까워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