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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왕국’ 日에 등장한 파란 딱지…한달 운영해 보니

일본은 자전거 보유 대수가 약 7200만대로 자동차(7800만대) 만큼이나 많은 나라다. 그만큼 자전거의 교통 위반이나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교통위반 적발 건수는 약 6만건. 2015년 1만2018건의 5배로 늘었다.

 

일본 도쿄에서 한 자전거 이용자가 차도에서 우측통행을 하는 바람에 경찰에 적발되고 있다. 일본뉴스네트워크(NNN) 유튜브 화면 캡처
일본 도쿄에서 한 자전거 이용자가 차도에서 우측통행을 하는 바람에 경찰에 적발되고 있다. 일본뉴스네트워크(NNN) 유튜브 화면 캡처

이에 따라 일본은 2026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교통 법규를 위반해 자전거를 모는 운전자에게 교통범칙통고서, 이른바 ‘파란 딱지’를 발부하기 시작했다. 위반 유형에 따라 탑승 인원 위반은 3000엔(약 2만8400원), 이어폰·우산 사용 및 일시정지 위반 5000엔(4만7300원), 통행구분 위반(역주행·인도 위험주행 등) 6000엔(5만6800원), 차단 철도 건널목 진입 7000엔(6만6300원),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 1만2000엔(11만3700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기존에는 형사 처벌 대상인 ‘빨간 딱지’만 존재해 가벼운 위반을 단속하기 어려웠지만, 행정 처분인 파란 딱지를 신규 도입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인 것이다. 파란 딱지는 만 16세 이상 자전거 운전자에게 발부되며, 기한 내에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사 처벌은 받지 않는다.

 

일본에서 자전거로 차도를 이용할 때는 좌측 통행을 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그림. 일본 경찰청
일본에서 자전거로 차도를 이용할 때는 좌측 통행을 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그림. 일본 경찰청

◆한 달간 2147건 적발…1위는 일시정지 위반

 

16일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전국에서 발부된 파란 딱지는 총 2147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월 평균 자전거 교통 위반 적발 건수(4268건)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숫자다.

 

단속 항목별로는 ‘일시 정지 위반’이 846건(40%)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713건(33%), ‘신호 위반’ 298건(14%), ‘차단 철도 건널목 진입’ 156건(7%), ‘통행구분 위반(우측통행)’ 63건(3%)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도쿄도 501건, 오사카부 267건, 아이치현 257건 순이었다. 도쿄에서는 철도 건널목 진입 위반이, 오사카에서는 신호 위반 적발이 두드러졌다.

 

일본에서 지난달부터 도입된 자전거 교통범칙통고서와 관련해 인도를 주행할 때에는 서행하거나 멈춰서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그림. 일본 경찰청
일본에서 지난달부터 도입된 자전거 교통범칙통고서와 관련해 인도를 주행할 때에는 서행하거나 멈춰서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그림. 일본 경찰청

◆경찰 “인도 주행 금지는 오해”

 

이용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파란 딱지 항목은 인도 주행을 포함한 ‘통행구분 위반’(범칙금 6000엔)이었다. 차도 대신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경우가 많아 제도 도입 전부터 “인도 주행 금지는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이 접수됐다.

 

그러나 인도에서의 주행이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 차도를 주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교통량이 많거나 차도가 좁아서 위험한 경우에는 인도를 달려도 무방하다. 다만 인도의 차도 쪽에서 서행해야 한다.

 

경찰청도 인도 주행과 관련한 파란 딱지는 ‘보행자에게 위험을 끼칠 우려’가 발생했을 때로 한정해 발부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지나치게 속도를 내 보행자를 멈추게 하거나, 지그재그 운전으로 보행자의 진행 방향을 바꾸게 했을 경우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행자를 배려하며 천천히 달린다면 인도 주행은 거의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닛케이에 설명했다. 실제로 제도 도입 한 달 간 인도 주행과 관련해 단속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인프라 정비부터” “위축 효과” 불만도

 

시민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마이니치신문의 4월 여론조사에서 파란 딱지 도입이 ‘타당했다’는 의견은 62%로 ‘너무 엄격하다’(20%)를 크게 웃돌았다. 아사히신문의 같은 달 여론조사에서도 파란 딱지 제도가 ‘좋다’는 응답이 67%로 ‘좋지 않다’ 27%보다 많았다. 자전거를 이용해 차도를 달려 출퇴근한다는 후쿠오카시의 30대 회사원은 아사히에 “파란 딱지 도입 후 차도를 역주행하는 자전거가 줄어든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만은 여전하다. 도쿄 신주쿠구에 사는 한 직장인은 “빠르게 달리는 차량 옆을 아이를 태운 자전거로 지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안전한 분리식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 뒤에 파란 딱지 제도를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사이타마현 주민도 “자전거 전용 표시가 있는 길이라도 주정차 차량 때문에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자전거는 차량인지 아닌지 불명확하고, 규칙도 헷갈린다”거나 ‘위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전거로 아이를 보육원에 데려다주곤 했다는 한 여성은 4월부터 걸어서 등하원을 돕고 있고, 경찰 단속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자전거 출퇴근을 포기했다는 직장인도 생기고 있다.

 

자전거로 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주문을 확인하거나 지도 앱으로 길을 찾기가 번거로워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교통 법규 위반 자전거 운전자에게 경찰관을 사칭하며 범칙금을 바로 낼 것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 수법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