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자 점심시간 편의점 냉장 진열대 앞에 서는 손길도 달라졌다. 도시락 대신 샐러드, 탄산음료 대신 제로 음료, 간식 대신 단백질바를 고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16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성인 인구의 약 65.0%가 체중을 줄이거나 유지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인 사람뿐 아니라 비만이 아닌 사람까지 체중 관리에 나서면서 식단관리는 더 이상 일부 소비층의 선택에 머물지 않는 분위기다.
이른 더위도 수요를 앞당겼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6년 4월 전국 평균기온은 13.8℃로 평년보다 1.7℃ 높았고, 1973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계절이 빨리 움직이자 몸매 관리와 가벼운 식사를 찾는 소비도 예년보다 일찍 살아났다.
과거 식단관리는 체중 감량이나 운동 목적의 소비에 가까웠다. 닭가슴살, 단백질 쉐이크, 샐러드처럼 기능이 뚜렷한 상품이 중심이었다.
최근 흐름은 다르다. 맛과 편의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당과 열량을 낮춘 상품이 일상 간식으로 들어오고 있다. ‘헬시플레저’가 특정 목적 소비에서 생활형 소비로 넓어진 셈이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4월 1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 ‘식단관리 위크’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당 간식’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이어트 간식’은 249%, 곤약밥은 61%, 단백질바는 30% 늘었다.
브랜드별 성장세도 컸다. 단백질 쉐이크 브랜드 ‘쉐이크베이비’ 거래액은 1496% 급증했고, 저당 디저트 브랜드 ‘널담’은 584% 증가했다. ‘있나요’의 ‘단백질 쉐이크 14포’ 거래액은 1848%, ‘널담 뚱카롱 8구’는 975%, ‘바르닭 한입 닭가슴살’은 686% 늘었다.
단백질을 보충하는 한 끼 대용 상품을 넘어, 저당 디저트와 간편 간식까지 식단관리 범위에 들어왔다는 의미다.
편의점업계도 건강 간편식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집밥을 챙기기 어렵고 외식비 부담은 커진 상황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바로 살 수 있는 건강식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건강 간편식 브랜드 ‘밸런스푼’을 새로 선보였다. 콘셉트는 ‘나를 위한 건강 한 스푼’이다. 단백질, 저당, 저칼로리를 앞세운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중심이다.
‘에그듬뿍샐러드’는 달걀 2알과 치킨 텐더를 넣고 프릴아이스, 로메인, 멀티립 등 6가지 채소를 더했다. 단백질은 18.5g, 열량은 280kcal다.
‘반숙란 롤샌드위치’는 반숙란과 에그샐러드로 단백질 13g을 채웠고, ‘닭가슴살롤샌드위치’는 닭가슴살에 로메인, 당근, 적채 등을 넣었다. 세븐일레븐은 다음달부터 밸런스푼 라인업을 도시락까지 넓힌다는 계획이다.
GS25는 제로 음료로 여름 수요를 겨냥했다. 이탈리아 캔디 브랜드 ‘페를레 디 솔레’와 협업해 제로 칼로리·제로 슈거 RTD 음료 2종을 출시했다. 제품은 레몬 스파클링과 블루베리 스파클링이다.
국내에서 ‘입덧 캔디’로 알려진 페를레 디 솔레 특유의 강한 산미를 탄산음료로 구현하면서, 여름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제로 음료 수요를 겨냥했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식단관리의 성격 변화다. 예전에는 덜 먹고 참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맛있는 제품 중에서 당과 열량, 단백질 함량을 따져 고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판매 채널도 넓히고 있다. 패션 플랫폼은 식단관리 상품을 새 성장 카테고리로 키우고, 편의점은 자체 건강 간편식 브랜드로 대응하고 있다. 식품업계에는 ‘저당’, ‘고단백’, ‘제로’, ‘기능성’이 여름 시즌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식이라고 해서 맛을 포기하는 소비자는 줄고 있다”며 “가볍게 먹되 만족감은 남기는 상품이 여름 식품 경쟁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