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팔·다리와 목 부위의 맥박 파동을 이용해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가늠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고령이나 신장 기능 저하, 조영제 부작용 우려 등으로 기존 정밀 검사가 어려운 환자에게 보조적 선별 검사로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다.
16일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와 상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이상석 교수 공동 연구팀은 맥박 파동 기반 의료기기 ‘코로나이저’(Coronyzer, KH-3000)의 관상동맥질환 예측 성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협심증, 심근경색 등 중증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관상동맥질환 진단에는 운동부하검사, 약물부하검사, 핵의학 관류영상, 심장 초음파, 관상동맥 CT 조영술 등이 활용된다. 그러나 고령이거나 운동 능력이 떨어진 환자, 신장 기능 저하로 조영제 사용이 어려운 환자, 약물 부작용 우려가 있는 환자는 검사가 제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지동맥과 경동맥에서 측정한 맥박 파동으로 혈관의 ‘저항’과 ‘순응도’를 평가했다. 저항은 혈류가 얼마나 방해받는지를, 순응도는 혈관이 혈압 변화에 얼마나 탄력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연구팀은 저항이 1.24보다 높거나, 순응도가 0.8보다 낮은 경우를 관상동맥질환 위험 신호로 봤다.
연구는 두 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협심증이 의심되는 1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이저 검사를 시행한 뒤 관상동맥 조영술 결과와 비교하는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이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코로나이저 검사를 받은 뒤 관상동맥 조영술 또는 관상동맥 CT 조영술을 시행한 환자 136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검증 연구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 전향적 연구에서 코로나이저 검사의 민감도는 81%, 특이도는 89%로 나타났다. 질환이 있는 환자를 비교적 잘 찾아내면서도, 질환이 없는 사람을 질환자로 잘못 판단할 가능성도 낮았다는 의미다.
후향적 검증에서는 저항과 순응도를 함께 적용했다. 두 지표 중 하나라도 위험 기준에 해당하면 질환을 의심하는 방식에서는 민감도가 0.77로 높았지만 특이도는 0.41로 낮았다. 반대로 두 지표가 모두 위험 기준에 해당할 때 질환을 의심하는 방식에서는 민감도 0.53, 특이도 0.78을 보였다. 검사 성능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AUC는 0.69로, 보조적 또는 선별적 심장질환 평가 도구로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이병권 교수는 “코로나이저 기기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정밀 검사가 어려운 환자도 비침습적 방법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고, 1차 의료기관에서 심장질환 위험군을 미리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사선 노출 위험이 없어 반복 검사가 가능하고, 위험군을 조기에 가려내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심장학 저널 플러스: 심장학 연구 및 임상’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