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콤한 음료 대신 단백질 함량을 확인하고, 한 끼 대용식도 칼로리와 당류를 따져 고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17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성인 비만율은 38.1%로 집계됐다. 남성 비만율은 48.8%, 여성은 26.2%였다. 체중 관리가 일부 소비자의 관심사를 넘어 일상 소비의 기준으로 들어온 셈이다.
미국에서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식음료 소비 지형을 바꾸는 가운데 국내 유통기업들도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실제 투약 인구 규모와 별개로, 식욕과 체중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면 매대의 중심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르게 반응한 시장은 단백질 음료다.
매일유업은 최근 350㎖ 한 병에 단백질 45g을 담은 ‘셀렉스 프로핏 스포츠 와일드 초코’를 선보였다. 셀렉스몰 제품 설명에도 ‘단백질 45g’이 핵심 문구로 올라와 있다. 남양유업도 ‘테이크핏 몬스터’ 단백질 함량을 기존 43g에서 45g으로 높여 리뉴얼했다.
초기 단백질 음료가 10~20g 수준에서 출발했다면, 이제는 한 병으로 식사 보완 역할까지 노리는 구조다. 숫자가 커진 만큼 제품의 위치도 달라졌다. 단순 운동 보조 음료가 아니라 체중 감량, 근육 유지, 식단 관리 수요를 함께 겨냥하는 상품이 됐다.
비만치료제 투약 커뮤니티에서도 단백질 제품에 대한 관심은 크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식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섭취량이 줄면 단백질 부족이나 근육량 감소 우려가 따라붙는다. 이 때문에 단백질 음료, 고단백 두유, 프로틴 치즈 같은 제품이 식단 보완재로 거론된다.
연세유업의 ‘연세두유 고단백 PRO’, 롯데칠성음료의 ‘핫식스 글로우’, 서울우유의 ‘프로틴치즈’ 등도 같은 흐름에 있다. 예전에는 헬스장 안에서 팔리던 제품군이 이제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일반 매대로 내려온 것이다.
한식 식단을 유지하려는 소비자에게는 저염·저당·저칼로리 제품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오뚜기는 저염 파우치 국물류를 내놨고, CJ제일제당은 파로·곤약 햇반 등으로 밥의 양과 탄수화물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행사 기간 중 조기 품절될 정도로 반응이 있었다.
변화는 음료에서도 보인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1분기 음료 부문 실적을 보면 스포츠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었다. 에너지음료도 8.7% 증가했다. 회사 측은 운동과 야외활동, 건강한 수분 보충 수요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맛’과 ‘가성비’가 음료 선택의 앞줄에 있었다. 이제는 당류, 칼로리, 수분 보충, 운동 후 섭취 같은 기준이 함께 붙는다. 같은 음료라도 소비자가 보는 표가 달라진 것이다.
유통 채널도 발 빠르게 바뀌고 있다.
CU의 2026년 1~3월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은 2025년 8~10월보다 72.3% 증가했다. GS25의 2026년 4월 건강기능식품 매출액도 1월 대비 11% 늘었다. 편의점 건강기능식품에는 영양제뿐 아니라 단백질 쉐이크류도 포함된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식사 대용, 운동 전후 보충, 다이어트 간식 수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소비자는 병원이나 헬스장보다 가까운 곳에서 체중관리 상품을 집어 든다. 체중관리 소비가 ‘특별한 결심’에서 ‘출근길 구매’로 내려온 셈이다.
백화점은 웰니스 고객을 붙잡는 쪽으로 매장을 바꾸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러닝 관련 콘텐츠를 강화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스포츠 메가샵과 요가·바레 체험 공간을 확대했다. 롯데백화점도 잠실 일대에서 러닝 클럽을 운영하며 운동 소비를 오프라인 집객 요소로 키우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식욕과 체중을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는 식품도 맛만이 아니라 단백질, 당류, 나트륨, 운동 후 섭취 같은 기준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