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익숙한 편의점 풍경이 몽골 수도 한복판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숫자만 보면 몽골은 작은 시장이다. 인구는 약 350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KOTRA와 몽골 통계청 자료를 보면 35세 미만 인구가 약 211만명으로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한다.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약 173만명, 전체 인구의 49%가 몰려 있다. 젊고, 도시 집중도가 높고, 한류 소비에 익숙한 시장이라는 뜻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 작은 시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 기준 한국의 대몽골 수출액은 2021년 3억9000만달러에서 2025년 6억6000만달러로 늘었다.
자동차와 석유화학제품, 의약품이 기존 수출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식품과 뷰티, 주류, 편의점 상품까지 소비재의 존재감이 커지는 흐름이다.
몽골 유통시장의 특징은 분명하다. 국토는 넓지만 소비는 수도에 집중돼 있다. 인구 절반 가까이가 울란바토르에 살고, 수입 상품도 이곳을 거쳐 지방 도시로 퍼진다.
국내 유통기업 입장에서는 전국 단위로 흩어진 시장보다 초기 거점 공략이 쉽다. 울란바토르 주요 상권에 브랜드를 안착시키면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확산 속도를 낼 수 있다.
생활 방식도 한국형 유통 모델과 맞물린다. 긴 겨울과 교통 혼잡, 맞벌이 증가로 한 곳에서 식품과 생필품, 간편식을 함께 사려는 수요가 크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PB 전문점이 동시에 먹힐 수 있는 구조다.
이마트는 몽골에서 PB 전문점 사업을 새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몽골 현지 기업 SKY Hypermarket LLC와 노브랜드 전문점 사업 계약을 맺었다. SKY Hypermarket은 몽골에서 이마트 사업을 함께 해온 알타이홀딩스 계열사다.
계획은 공격적이다. 이마트는 올해 몽골에 노브랜드 전문점 3개를 먼저 열고, 2028년까지 15개점으로 늘릴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10년 안에 50개점까지 확대하고, 노브랜드 전용 물류 클러스터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기반은 있다. 이마트는 2016년 몽골에 진출한 뒤 울란바토르에서 점포를 운영해왔다. 주말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3만명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브랜드 상품 매출도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 업계의 속도는 더 빠르다. CU는 2018년 몽골에 진출한 뒤 500호점을 넘어섰고, 현재 550개 안팎의 점포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도 울란바토르를 중심으로 매장을 늘린 뒤 최근에는 다르항 등 지방 도시로도 확장하고 있다.
목표는 더 크다. CU는 장기적으로 몽골 1000호점 달성을 노리고 있다. 단순 점포 확대가 아니라 물류망까지 함께 키워 몽골 전역을 커버하려는 전략이다.
GS25도 뒤를 쫓고 있다. 2021년 몽골에 진출한 GS25는 현재 290개 안팎의 매장을 운영하며 PB 상품과 즉석 조리식품, 한국식 간편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몽골 소비자에게 한국 편의점은 단순한 소매점이 아니다. 라면, 김밥, 도시락, 음료, 디저트를 한 번에 경험하는 K-라이프스타일 매장에 가깝다. 현지 젊은 층이 편의점을 ‘먹고 쉬는 공간’으로 받아들이면서 한국식 편의점 모델의 확장 여지가 커졌다.
식품업계도 몽골을 테스트베드처럼 활용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브랜드 ‘크러시’를 앞세워 현지 시장을 넓히고 있다. 크러시는 첫 해외 수출국으로 몽골을 택했고, 2025년 대몽골 맥주 수출액은 전년보다 약 90% 늘었다.
판매망도 빠르게 넓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지 대형마트 노민과 이마트, GS25, CU 등 한국계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입점을 확대했고, 현재 약 2000개 점포에서 크러시를 판매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단백질 음료와 컵커피를 앞세웠다. 지난해 몽골 대형 슈퍼마켓 체인 노민과 오르길 등에 입점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CU 편의점 채널까지 확대했다. 대형마트에서 먼저 브랜드를 알리고, 편의점으로 접근성을 넓히는 방식이다.
몽골은 절대 규모만 보면 중국이나 동남아 주요국과 비교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 유통기업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 젊은 소비자가 많고, 수도 집중도가 높으며, 한류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
한국식 상품 구성과 매장 운영 방식을 빠르게 실험하기 좋은 시장이다. 선점 효과도 크다. 인구가 적은 만큼 초기 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굳어질 수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PB 전문점이 먼저 생활 동선에 들어가면 후발 기업이 따라잡기 쉽지 않다.
몽골 시장을 바라보는 국내 유통업계의 시선은 이제 ‘작은 해외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울란바토르의 한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한국 음료를 고르는 젊은 소비자들. 그 짧은 선택이 K-유통의 다음 해외 지도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