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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도 ‘로켓배송’…유통가, 4조5755억원 녹색소비 시장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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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비가 유통업계의 새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처럼 캠페인 문구를 붙이는 수준이 아니다.

 

쿠팡 제공
쿠팡 제공

정부 인증 제품을 더 쉽게 팔고, 탄소 흡수 숲을 만들고, 저탄소 인증 상품을 매대 전면에 놓는 식으로 소비자와 만나는 지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17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2024년 공공기관 녹색제품 구매액은 4조5755억원이다. 조달청 녹색제품 구매액은 4조4142억원, 등록상품은 10만6190건에 달했다.

 

친환경이 ‘좋은 일’에 머물던 시기를 지나, 이미 조달과 유통, 생활용품 시장 안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쿠팡은 10일부터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손잡고 정부 인증 녹색제품 연중 기획전을 시작했다.

 

핵심은 접근성이다. 소비자가 일부러 친환경 전문몰을 찾지 않아도 로켓배송으로 녹색제품을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주방세제, 절수형 샤워기, 음식물처리기, 재활용 원료 기반 생활용품처럼 매일 쓰는 제품이 중심에 놓였다.

 

기획전 상품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인증한 녹색제품으로 구성됐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을 낮추도록 설계된 제품들이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여기다. 친환경 제품은 그동안 ‘좋지만 비싸고 찾기 어려운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쿠팡은 이를 빠른 배송과 상시 판매 구조 안으로 넣었다. 친환경 소비의 문턱을 낮춘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친환경 전략을 숲 조성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2022년부터 경기도 용인 일대에서 ‘탄소중립의 숲’ 조성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25.5ha 규모 부지에 약 3만6000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2029년까지 총 4만그루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히 나무를 심고 끝내는 방식도 아니다. 풀베기, 덩굴 제거 등 사후 관리 작업을 병행해 숲이 실제 탄소 흡수 기반으로 자리 잡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ESG 브랜드 ‘리그린’을 중심으로 도시 숲과 친환경 복원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충북 청주와 광주광역시에서는 유휴공간을 활용한 ‘리그린 파크’ 조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유통기업의 ESG가 매장 안 조명 교체나 포장재 감축을 넘어 지역 생태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 글로벌 ESG 평가기관 CDP로부터 ‘탄소경영 특별상’을 받았다. 지난해 CDP 평가 첫 참가에서 글로벌 상위 수준인 A- 등급을 받은 점도 확인됐다.

 

신세계백화점은 태양광 발전, 지열 냉난방 시스템, 폐수 재활용 설비 등을 도입하며 사업장 탄소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최적화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특히 부산 연안에 잘피 서식지를 조성한 점이 눈에 띈다. 잘피는 바다 속 탄소 흡수원으로 불리는 블루카본 자원이다. 탄소 저감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 복원과 생물다양성 보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백화점의 친환경 경쟁이 ‘전기 덜 쓰는 매장’에서 ‘생태계 복원까지 포함한 환경 경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식품업계에서는 친환경 상품 자체가 소비 선택지로 올라오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저탄소인증우유’는 최근 판매량이 전월 대비 약 2배 늘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 제품은 저탄소 축산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 대비 10% 이상 줄인 목장의 원유를 사용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유 한 팩을 고르는 일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방식과 인증, 품질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상품 전략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소비는 더 이상 일부 소비자의 가치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며 “가격, 배송, 품질까지 맞아야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