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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 계좌로 자동이체 된 대지급금…법원 “근로자에게 환수는 부당”

근로자가 대지급금을 받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 부정 수급을 이유로 환수 처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지급금은 사업주의 지급 능력이 없을 때 정부가 대신해 근로자에게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양순주)는 근로자 A씨 등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대지급금 환수 및 부당이득 추가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019년 서울 마포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A씨 등은 사업주 등의 부탁으로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서류 작성에 협조했다. 이후 이들은 2020년 5월 간이대지급금(소액체당금) 명목으로 각 700만원을 받은 뒤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일부 또는 전부를 다시 송금했다.

 

같은 달 노무사 B씨는 이들 명의로 된 소액체당금 지급청구서를 제출했다. 다음 날 A씨 등의 계좌에 각 700만원씩 입금된 금원은 당일 자동이체 방식으로 전액 B씨 계좌로 출금됐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 등이 근로한 사실이 없음에도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받았다며 이들을 상대로 환수와 추가징수 처분을 했다. 이에 A씨 등은 대지급금을 받은 즉시 B씨 계좌로 이체돼 입출금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고, 아무런 실질적 이득도 얻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이들이 실제로 근로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실제 근로를 제공한 점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 서부지청에서 확인된 바 있고, 원고들이 이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또 이들 명의로 작성된 체당금 지급청구서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근로자들이 이를 알고 가담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급청구서에 기재된 근로기간 등이 일부 허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없지 않다”면서도 “서류에 날인된 인영은 임의 제작이 가능한 막도장이고 서명 필체 또한 원고들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원고들이 서류 작성에 관여하거나 이를 위임해 대지급금을 이체받는 데 관여했는지 여부는 물론, 그러한 사정을 인식했는지도 상당히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체당금이 원고들 계좌로 입금된 직후 자동이체 방식으로 전액 빠져나간 점을 언급하며 “원고들의 가담은 물론 이에 대한 인식 가능성도 쉽사리 인정하기 어렵다. 원고들이 이를 통해 어떠한 이익을 거둔 바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등 명의 계좌에서 B씨 계좌로 자동이체 출금 신청이 이뤄진 시점이나 경위, 특히 A씨 등이 이에 동의하거나 필요한 서류 작성에 협조했는지가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A씨 등이 이 사건 대지급금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