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사설] 미·중 협상 카드 된 대만 문제, 우리도 경계해야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방중 일정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매우 상세히 논의했다”, “판매 여부는 중국에 달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또한 대만이 미국을 믿고 독립을 추진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도 밝혔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기존 미국 정부가 유지해온 입장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앞서 미·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미국의 전통적인 ‘전략적 모호성’ 차원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한쪽에선 이런 발언이 미국의 대만 정책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순히 미·중 관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만의 친미 정권뿐 아니라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에도 불안감을 안겼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1982년 이후 민주·공화 양당 정부를 막론하고 대만 무기 판매 문제에서 중국의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이 원칙에서 벗어나 중국과 협의했음을 시사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약 140억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패키지에 대한 최종 승인을 미루고 있다. 만약 판매가 무산되거나 규모·품목이 대폭 축소될 경우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현실화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동안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으로 대만해협의 안정성을 강조해왔고,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문제를 핵심 국가 이익으로 규정해왔다.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원칙과 안보의 영역을 넘어 미·중 간 협상 카드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반도 현안도 다뤄졌다고 하지만 공개되지는 않았다. 역사가 증명하듯 강대국의 협상 판에서는 동맹의 이익도 고려되지 않는다. 한반도가 그런 운명에 처하지 않도록 자강 노력과 함께, 치밀한 동맹 관리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