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와 전세, 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매매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의 영향으로 한때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다 최근 다시 반등했고, 전월세는 지난해부터 수도권 전역에서 지역을 가르지 않고 오르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 절벽’에 정부의 강력 규제가 더해지며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된 게 트리플 상승세를 부추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둘째 주(5월11일 기준)까지 누적 3.10% 상승했다. 상승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1.53%) 대비 2배 수준이다.
올해 1월 1.07%였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폐지하겠단 방침을 밝힌 이후 2월 0.74%, 3월 0.34%까지 떨어졌다가 4월에 0.55%로 다시 확대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서울 지역 상승폭이 둔화한 거지 가격이 내려간 적은 없었다”며 “전년보다 10∼20% 급등한 강남에서 1% 가격이 빠지는 건 ‘숨 고르기’였을 뿐 시장은 안정궤도에 접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사도 다시 시장에 내놓지 않는 ‘이동이 안 되는 구조’가 형성돼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실수요인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전세가격이 오를수록 “차라리 집을 사자”며 매매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고 이는 가격을 끌어올리는 불쏘시개가 된다. 현재 서울 전역에선 규제 여파로 집주인들의 실거주가 늘며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른 상황이다.
올해 들어 서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5월 둘째 주까지 2.89%로 아직 매매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전년 전셋값 오름폭(0.48%)과 비교하면 6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월간 단위로 공표하는 월세 상승률 역시 4월까지 2.39%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0.57%)의 4배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세금·대출·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각종 규제가 시장의 매물 회전을 막으면서 공급 부족과 전월세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정부가 최근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규제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이들의 반응에 따라 강남권의 시장 기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세금 규제의 영향이 작은 중하위권은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 확대도 집값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평잔)은 413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 수십년간 경제적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마다 부동산에 자금이 흘러들어 가며 가격을 자극해왔다. 정부는 이 패턴을 끊고 시중 자금을 증시로 유입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풍부한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은 시장을 진정시킬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신고가를 형성한 강남 등 상급지 가격이 일부 조정되더라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서울 외곽과 경기·인천 등 중저가 지역은 계속 상승하는 비동조화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 물량 부족과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중저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서울 외곽은 물론 경기·인천 등 수도권 중저가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대체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