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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붕어 떼죽음… 고농도 황화수소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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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유기물 분해 과정서 발생
붕어·잉어·뱀장어 2t 넘게 폐사
어민들 “조업 중단돼 생계 막막”
정부, 이르면 6월 초 대책 마련

“산란기 소양호 상류로 올라온 붕어들이 집단 폐사하면서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17일 북한강 상류인 강원 인제군 소양호에서 만난 한 어민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1년 중 가장 활발하게 붕어 잡이에 나설 시기지만 붕어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다. 이날 어민들이 건져 올린 붕어들은 모두 이미 폐사한 상태였다. 배를 드러낸 채 물 위에 떠 있는 붕어도 다수였다. 몸통 일부가 붉게 변하거나 비늘이 벗겨진 개체도 눈에 띄었다.

어민들이 분석을 의뢰한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에서 채집한 붕어 폐사체들. 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어민들이 분석을 의뢰한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에서 채집한 붕어 폐사체들. 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잉어와 뱀장어까지 폐사하면서 소양호에 생계를 의탁하는 어민들은 사실상 조업을 포기한 상태다. 지금까지 확인된 폐사한 붕어, 잉어, 뱀장어 성체는 2t이 넘는다고 어민들은 설명한다. 마릿수로 따지만 수만마리에 이른다. 어업 중단으로 인한 전체 피해 금액은 1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어민들에 따르면 붕어 폐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4월 초부터다. 점차 상황이 심각해지자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은 소양호 상류 수질을 분석했다.

검사 결과 생태 독성 물질이나 중금속 등 어류 폐사 원인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인제군 의뢰로 강원대 수산질병관리원이 붕어 사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질병 검사에서도 일부 세균성 질병을 제외한 다른 항목에서는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

소양강 어민들이 수거한 붕어 사체. 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소양강 어민들이 수거한 붕어 사체. 인제군 남면어업계 제공

어민들은 직접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에 분석을 의뢰했다. 호수 바닥을 집중적으로 살핀 센터는 높은 농도의 황화수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호수 바닥에 쌓인 다량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발생한 황화수소가 저층수에 고농도로 생성됐고 이 가스가 붕어와 잉어 등의 호흡기를 손상·마비시킨 것이 집단 폐사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황화수소는 행정기관 수질검사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은 성분이다. 즉 일반적인 수질 지표 기준으로는 이상이 없으나 어류 생존에는 치명적인 환경이었던 셈이다.

소식을 접한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원인 검토를 주문했다. 김 장관은 사흘 후 소양호 상류를 찾아 어민과 관계기관 관계자, 전문가들과 대책 등을 논의했다.

어민들은 햇볕과 공기 접촉이 늘어나면 황화수소 발생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소양강 댐 방류를 통해 물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길 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약간의 보상이라도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별도로 확인하겠다”며 “2주 내로 정밀하게 원인을 다시 한번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6월 초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