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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의심된다" 추측성 신고만으로 음주측정 의무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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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관적 의심만으로 음주측정 의무 인정시 보복수단 전락 위험"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추측성 신고만으로는 경찰관의 음주 측정에 응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2단독 김택우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5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20일 충남 아산시 한 음식점 앞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에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음식점에 있던 B씨가 "A씨가 위협적으로 행동한다"며 음주운전 의심 112신고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운전을 마친 뒤에 술을 마셨다"며 경찰관의 음주 측정에 응하지 않았고, 검찰은 그를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했다.

쟁점은 당시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였는데, 재판부는 추측성 신고만으로는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경찰공무원이 음주 측정을 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인은 6월 20일 오후 8시 12분께 운전을 마친 뒤 음식점에 들어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1분께 B씨가 경찰에 신고했고, 10시 30분께 경찰관의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

김 판사는 상당성 요건을 완화해 음주 측정 거부죄의 성립 범위를 넓게 인정할 경우 헌법적·정책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김 판사는 "주관적 의심만으로 음주 측정 의무를 인정하게 되면 악의적인 목적으로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하는 것만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 수사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시민의 평온권을 해치고 사법 공권력을 개인의 보복 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전을 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 별도의 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시민에게 측정 의무를 부과한다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과거 행정을 입증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다"며 "이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반하며,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마지막으로 "음주 측정 요구 당시 경찰관이 확보한 정보는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제삼자의 추측성 신고와 운전 후 2시간이 지나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피고인의 모습뿐"이라며 "이런 정황만으로는 상당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