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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선 평택시장 “규제 허문 ‘역발상’ 특별법이 삼성 유치 불씨…‘반도체 수도’ 완성” [인터뷰]

3선 국회의원·재선 시장 등 30여 년간 평택 지켜…2025년 9월 ‘정계 은퇴’ 선언
2003년 미군기지 이전 위기를 기회로…‘평택지원특별법’ 설계, 대기업 유치 초석
정부 반대·정치적 격랑 정면돌파…고덕 산단 430만평 확보 이어 ‘20년 사투(死鬪)’
삼성 P5 공사 재개·KAIST 캠퍼스 유치로 생태계 마침표…“인구 100만 첨단도시 기반”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었다. 그 중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있다. 임시 경영위원회를 거쳐 ‘평택 5공장(P5)’ 골조 공사 재개를 선언한 삼성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의 거점으로 평택을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 거대한 서사의 출발점에는 도의원과 3선 국회의원을 거쳐 재선 시장까지, 무려 7차례나 시민의 선택을 받은 정장선(67) 경기 평택시장이 있다. 지난해 9월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모든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한 그는 끝까지 현장을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있다.

 

30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정 시장으로부터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수도’ 평택을 일궈낸 20년 사투(死鬪)’의 기록을 들어봤다.

◆ ―최근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 잠정 중단됐던 평택 5공장(P5) 건설도 재개됐다. ‘험프리스의 위기’를 ‘고덕의 기회’ 바꾸며 규제의 빗장을 풀어온 과정이 궁금하다.

 

“2015년 평택캠퍼스가 첫 삽을 뜨고 2017년 첫 반도체를 생산했을 때의 전율이 지금도 생생하다. 경기 침체의 고비를 딛고 ‘슈퍼사이클’을 타면서, 삼성전자가 보란 듯이 반도체 리더십을 회복해 기쁘다. 특히 P5 공사 재개는 평택이 단순한 공장을 넘어 전 세계 AI 반도체 공급망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거점임을 증명한 것이다.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평택에 있다는 사실에 시장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 ―삼성이 평택에 둥지를 틀기까지의 서막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주한미군 평택 이전’ 발표가 시작이었다. 도시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당시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주민들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눴다. 안보라는 명분 아래 평택의 희생만 강요당할 순 없었다.

 

당시 송명호 평택시장과 머리를 맞대고 역발상을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평택에 대한 국가의 보상을 법으로 명문화해달라고 노무현 대통령께 직접 건의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제가 대표 발의한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택지원특별법)’이다.”

 

◆ ―평택지원특별법이 왜 삼성 유치의 열쇠가 됐나.

 

“수도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거대한 규제에 묶여 대기업의 신규 공장 설립이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평택지원특별법을 통해 이 규제의 틀을 깨뜨릴 수 있었다.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한 대가로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규제 특례’를 얻어, 법적 빗장을 열어젖힌 것이다. 법이 제정되자 비로소 삼성이 평택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장선 평택시장. 평택시 제공
정장선 평택시장. 평택시 제공

◆ ―부지 확보 과정에서 정부와의 갈등이 상당했다고 들었다.

 

“삼성이 경기도를 통해 입주 의사를 타진해 왔을 때, 우리는 43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 물량을 기획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작 20만평만 줄 수 있다고 버텼다. 당시 경기도 전체 1년 산단 배정 물량이 100만평 수준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 간사이자 여당 정책조정위원장이라는 직책을 걸고 건교부 과장부터 차관까지 매일 찾아가 설득하고 요구했다. 초기에는 정부 반대가 너무 완강해 ‘이럴 거면 미군 기지 못 받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2년여의 사투 끝에 2007년 고덕 120만평을 포함한 총 430만평의 산단 물량을 확약받았다. 평택이 첨단 산업도시로 도약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 ―2007년 합의 이후 삼성이 최종 입주를 확정하기까지 또 한 번의 위기가 있었다. 정치적 격랑을 어떻게 이겨냈나.

 

“정치적 변화가 발목을 잡았다. 2007년 말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고 세종시 건설을 백지화하려 했다. 세종시 백지화의 반대급부로 삼성·현대 등 대기업을 연기군(세종시)으로 보내려 한 것이다. 대기업 물량을 세종시에 뺏기면 평택 고덕 산단은 허허벌판으로 남을 위기였다. 야당 의원으로서, 또 평택의 미래를 짊어진 정치인으로서 세종시 수정안 저지에 사활을 걸었다. 다행히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2010년 삼성이 고덕 입주를 공식 발표할 수 있었다.”

정장선 평택시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평택시 제공
정장선 평택시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평택시 제공  

◆ ―2018년 평택시장 취임 이후에는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였다. 생산기지를 넘어 연구·인재를 아우르는 ‘완전한 생태계’ 구축이 목표로 보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라인이 들어섰다고 해서 도시의 미래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연구(R&D), 인력,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민선 7·8기 동안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2023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끌어내 삼성 평택캠퍼스의 용적률을 넓히고 전력·용수 인프라 국가 지원을 확보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 발맞춰 실질적 국비 지원 체계도 확립 중이다. 현재 평택에는 300개 넘는 반도체 관련 기업이 둥지를 틀었고, 브레인시티와 제2첨단복합산단으로 소·부·장 집적도를 높이고 있다.”

 

◆ ―생태계의 핵심인 핵심 인재 양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반도체 기술의 정점이 될 ‘카이스트(KAIST) 평택캠퍼스’를 유치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2029년 본격 운영을 목표로 AI 반도체와 피지컬 AI가 결합한 차세대 연구·실증 거점으로 조성 중이다. 매년 쏟아져 나올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삼성 평택캠퍼스로 수혈될 것이다. 여기에 평택산업진흥원, 지역 대학, 마이스터고, 미래기술학교를 연계해 현장 실무형 엔지니어를 길러내는 촘촘한 인재 육성 그물망을 완성했다.”

 

◆ ―미군 기지, 삼성전자, GTX-A·C 노선 연장, 아주대병원 유치 등 평택의 지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구 100만 대도시 진입도 초읽기이다.

 

“현재 평택의 인구는 66만명을 넘어섰고, 고덕신도시와 브레인시티 개발로 2040년에는 105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제 목표는 단순히 인구만 많은 비대해진 도시가 아니었다. 미국의 시애틀이나 보스턴처럼, 세계 누구나 이름만 대면 고유의 가치를 인정하는 ‘강한 첨단도시’였다. 이를 위해 임기 마지막까지 1000개의 크고 작은 정원을 만드는 ‘그린웨이 30년 계획’ 등 환경과 문화가 어우러진 정원도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젊은 층이 살고 싶어 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가 돼야 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정장선 평택 시장(가운데)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정장선 평택 시장(가운데)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 ―후회 없는 30년의 정치 여정을 마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시는 소회가 궁금하다.

 

“돌이켜보면 어느 것 하나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평택의 희생을 성장의 발판으로 승화시켜 준 위대한 시민들과 묵묵히 헌신해 준 공직자 여러분 덕분이다. 정치는 늘 예측하기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평택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떳떳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국회의원 수나 시장 연임 횟수가 자랑이 될 수는 없다. 다만 평택이 세계적 반도체 도시이자 대한민국 안보의 심장으로 우뚝 서는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다.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평택의 끝없는 도약을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