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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에 제동…“반도체 핵심설비 평시 수준 유지하라”

수원지법, 사측 가처분 상당 부분 인용…위반 시 하루 1억원 배상
“설비 손상 시 글로벌 공급망 타격…사후 배상 불가능한 현저한 손해”
총파업 사흘 앞두고 노사 막판 진통…노조 파업 동력 약화 불가피

법원이 총파업을 사흘 앞둔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행보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설비 보호와 제품 변질 방지 인력을 파업 기간에도 평상시 수준으로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결정으로 노조가 내세운 전면 파업 전략은 법적 제약에 부딪히며 동력이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신우정)는 18일 삼성전자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2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이처럼 일부 인용했다.

서울 서초동의 삼성전자 사옥. 뉴시스
서울 서초동의 삼성전자 사옥. 뉴시스

◆ 법원 “반도체 보안 작업, 평시와 동일하게 수행해야”

 

노조의 생산시설에 대한 점거 및 비조합원 근로자 출입 방해 행위도 금지해 사측의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가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파업으로 인한 반도체 핵심설비 손상을 사후 배상이 불가능한 현저한 손해로 규정했다. 특히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의 정상 운영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해 파업방식에 직접적 제약을 가했다.

 

이날 재판부는 “채무자(노조)들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수원지법. 연합
수원지법. 연합

이어 “채권자(삼성전자)가 보안 작업으로 주장하는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이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수행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 생산시설 점거, 잠금장치 설치, 비조합원 등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 “반도체 공정 특수성 고려…글로벌 공급망 마비 우려”

 

법원은 이러한 의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노조가 결정을 위반할 경우 1일당 각 1억원, 최 위원장 등은 1일당 1000만 원을 사측에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을 강조했다. ‘작업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은 쟁의 기간에도 정상 수행돼야 한다’는 내용 가운데 ‘정상적’이라는 표현을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즉 평시와 같은 상태”라고 엄격하게 해석했다.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파업 종료 후 즉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입법 취지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사쪽 대표교섭위원 여명구 디에스(DS) 피플팀장(왼쪽)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삼성전자 사쪽 대표교섭위원 여명구 디에스(DS) 피플팀장(왼쪽)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특히 법원은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 특수성과 세계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초정밀 미세장비인 반도체 설비는 한 번 손상되면 수리를 거쳐 재가동하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생산 차질은 자동차·가전·정보통신 등 전방 산업의 연쇄 생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사후 금전 배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현저한 손해이자 급박한 위험”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사측의 신청 가운데 일부 항목은 기각됐다. 기각 항목은 노조가 쟁의행위 참가를 호소·설득하기 위해 협박을 사용하는 행위, 채권자 소속 근로자와 임직원에 대한 방해 금지, 전국삼성노조 및 위원장에 대한 시설 점거 금지 등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 기로에 선 노사 막판 협상…사측 주도권 쥐나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나와 노사 관계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노사 막판 협상이 기로에 선 가운데 사측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약 5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파업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핵심 공정 인력 공급을 평시 수준으로 묶어둬야 하는 법적 의무가 부과되면서 파업의 실질적 위협은 제한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