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초등학교 운동장 사용 제한 논란을 “아동 건강권·성장권 침해”로 규정하고 교육당국과 입법부에 야외활동 보장 기준 마련 촉구에 나섰다.
김한석 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교수·사진)은 1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체활동은 아이들의 학습권·건강권의 일부이며, 이는 민원이나 행정 편의보다 상위에 두어야 할 가치”라며 “핵심은 ‘아이들을 조용히 만드는 학교’가 아니라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른바 ‘조용한 학교’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점심시간·쉬는시간의 자발적 신체활동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성장과 발달의 핵심 구성 요소라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하루 30분에서 1시간의 활동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라며 “이 시기의 활동 부족은 소아비만, 인슐린 저항성 같은 대사질환 위험을 높이고 성인기 심혈관·대사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체활동 부족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감, 불안, 수면 문제 등 정신건강 측면으로도 이어진다. 김 이사장은 “운동장은 몸을 움직이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감정을 조절하고, 규칙을 배우고, 또래와 협상하는 사회적 공간”이라며 “운동은 이제 발달기 아이들에게 약물·행동치료의 대안 또는 보조적 치료 수단으로 평가받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체활동 기회가 줄면 스트레스 해소 통로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좌식 시간과 스마트폰 사용이 채우면서 집중력과 정서 조절에 부정적 영향이 누적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확산하는 ‘승자 없는 운동회’처럼 경쟁과 실패를 줄이려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 이사장은 “경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공정한 규칙 안에서 아이들이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며 “작은 실패와 회복의 경험이 결핍된 채 청소년기에 이르면, 오히려 사소한 좌절에도 더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뛰다가 넘어지고, 경기에서 지고, 친구와 다투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은 회복탄력성과 갈등 해결 능력 발달의 토대가 된다는 의미다.
학회는 교육 당국에 아이들의 야외활동 시간을 제 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점심시간과 쉬는시간의 야외활동을 명시적 기준으로 정하고, 민원 부담을 이유로 학교가 운동장 사용이나 체육활동을 임의로 축소하지 못하도록 행정적·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장의 안전 우려에 대해서는 금지가 아니라 관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 측의 입장이다. 학년별 공간 분리, 공 종류와 크기 제한, 시간대 조정, 안전교육, 보호장비 사용 등을 통해 사고 위험을 낮추고, 이를 위해 안전관리 인력과 시설 투자, 학교 주변 소음 민원에 대한 합리적 조정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김 이사장은 “안전사고 예방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안전을 이유로 신체활동 자체를 전면 차단하는 방식이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중보건 관점에서는 ‘위험을 없애기 위해 활동을 금지’하는 접근이 아니라, ‘활동은 보장하되 위험을 관리’하는 접근이 표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운동장 사용 제한이 장기화되면 단기적인 사고 건수는 줄어들 수 있어도, 비만, 체력 저하, 정신건강 문제, 수면 장애와 같은 더 크고 광범위한 건강 위험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며 “이는 임상적으로도, 공중보건학적으로도 결코 이득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