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취임 후 처음 맞이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1980년 5월 광주가 온 힘을 끌어모아 꽃피웠던 대동세상은 2024년 12월 그 혹독한 겨울밤에 서로의 체온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빛의 혁명’으로 부활했다”고 말했다. 5·18 정신이 12·3 비상계엄을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한 이 대통령은 “5·18 정신이 반드시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6주년 5·18 기념식에 참석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 계엄군에 맞섰던 80년 오월의 광주시민들처럼 2024년 위대한 대한국민들도 무장한 계엄군들을 맨몸으로 막아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46년 전 신군부 세력은 독재의 군홧발로 민주화의 봄을 무참히 짓밟으며 국민을 지키라고 국민이 준 총칼로 주권자 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면서 “그러나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끝내 빛을 찾아 고개를 드는 봄꽃들처럼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광주의 열망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마침내 오월은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수많은 양심들로 되살아났고, 그렇게 다시 태어난 오월의 영령들이 2024년 12월3일 밤, 오늘의 산 자들을 구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5·18 정신이 우리 사회에 더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헌법 전문 수록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모든 정치권의 지속적인 국민과의 약속이었던 것인 만큼 여야의 초당적 협력과 결단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5·18 민주유공자 직권등록 제도’ 마련도 약속하며 “불굴의 투지로 민주주의와 조국을 지켜낸 분들이 단 한 명도 외롭게 남겨지지 않도록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족 손 꼭 잡고 위로… 눈물도
이 대통령은 기념식 참석에 앞서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묘역에 안장된 박인배·양창근·김명숙 열사 3명의 묘소를 차례로 찾아 헌화하고 추모했다.
이 대통령은 가난 탓에 중학교 중퇴 후 1980년 4월 공장에 취업한 ‘소년공’이었던 박인배 열사가 5·18 당시 금남로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는 설명을 들으며 그의 묘비를 응시했고, 흐느끼는 유족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 참배를 마친 이 대통령과 김 여사는 눈물을 훔쳤다.
이 대통령 내외는 기념식 뒤 새로 개관한 옛 전남도청을 둘러봤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항거했던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으로, 이번에 복원돼 역사교육 공간으로 조성됐다.
이 대통령은 1980년 5월27일 새벽 도청에서 마지막 가두방송을 했던 박영순(67)씨도 만났다. 당시 대학생이던 박씨는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모두 도청으로 나와 학생, 시민들을 살려주십시오”라며 시민들의 참여와 연대를 호소하는 방송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른다”면서 눈물을 쏟아내며 당시를 회고하고 이후 겪은 고초를 털어놓았다.
오후에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12·29 여객기 참사 유해 수습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현장 수습 조치가 너무 부실했던 게 문제다, 무심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 유해 수습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안전을 확보한 뒤 신속하게 수습 작업을 재개할 것을 지시했다고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참사 유가족들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조사관들이 필요하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해외 전문가의 도움으로 객관적 검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보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또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의문이 생기지 않도록 조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경북 안동의 안동구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저녁 식사를 했다. 안 부대변인은 “이날 방문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시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됐다”고 했다. 19일 안동에선 다카이치 총리와 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광주 집결 與野… 신경전 지속
민주당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이날 광주로 집결해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여야의 날 선 신경전도 이어졌다. 정청래 대표는 임택 광주 동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헌정질서를 위기에 빠트렸던 내란 세력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으로는 5·18 정신을 외치지만, 정작 5·18 정신을 무너뜨리는 자들이 바로 이재명과 민주당”이라며 “자유민주주의 파괴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 당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했다. 다만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광장 입구로 들어서자 일부 광주 시민들이 “여기 오지 말라”며 장 대표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 장 대표는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로부터 “여기 올 자격 없잖아요”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 의결을 주도했다는 논란으로 시민의 항의를 받아 지난해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