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란을 향한 강경한 압박을 이어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공격 유예를 선언하고 ‘협상모드’로 돌아섰다. 전면전 확대가 만들 경제적 여파에 대한 부담감이 트럼프 대통령을 또다시 한발 물러서게 한 흐름이다. 반면, 이란은 입장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미국과 달리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국이 종전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힌 공격 유예 입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들의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불과 하루 전 SNS에 이란을 향해 “시간이 얼마 없다”며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공격 유예 선언으로 미국·이란 간 협상의 시간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와 달리 이번 공격 유예 선언은 미국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란 전쟁의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쟁 재개와 확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심리적 저지선인 갤런(약 3.78ℓ)당 4달러를 훌쩍 넘어선 휘발유 가격이 더 오를 경우 가뜩이나 미국 내에서 ‘인기 없는 전쟁’이 돼 버린 이란 전쟁에 대한 국민 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다. 미 국채금리 급등으로 행정부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도 부담을 키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용가능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공격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아놨다. 그는 특히 이란이 핵 관련해 큰 폭의 양보를 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의약품 가격 인하 관련 행사에서 공격 유예 선언의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게 된다면 그들(걸프국)과 우리도 아마 만족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8일 2주 휴전을 발표한 뒤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대면 협상, 이후 한 달여간 파키스탄을 사이에 두고 수정안을 주고받으며 물밑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평행선이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14개 항 규모의 새로운 수정 협상안을 전달했는데, 새 제안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원론적인 선언을 재확인하고 핵 프로그램의 장기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러시아로 이전하고,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해협을 단계적으로 재개방하는 방안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은 이란의 새 제안이 이전 안보다 형식적인 개선만 담고 있을 뿐 의미 있는 진전은 아니라고 평가하는 중이라고 미국 액시오스는 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SNS에 “대화가 곧 굴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란은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선에서 협상에 임하고, 국민과 국가의 정당한 권리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란은 보험의 형태를 빌려 사실상의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도입 본격화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 정부가 이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호르무즈 세이프’라는 이름의 해상보험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비트코인 결제 기반의 이 보험이 향후 100억달러(약 15조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 서비스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통행료 체계를 도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외국 선주들이 해당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일 가능성이 있어 실제 계약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