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2년차 우완 선발 최민석은 지난 8일 1군에서 말소됐다. 부진해서가 아니었다. 1군 말소 전까지 7경기 3승무패 평균자책점 2.56으로 팀 내 선발진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영건을 위한 휴식이었다. 당시 김원형 두산 감독은 “관리 차원에서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게 해주려고 1군에서 뺀 것이다. 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최)민석이는 7~10경기 정도 소화했을 때 체력 관리를 위해 빼주려고 계획했다. 사실 감독 입장에선 빼기 싫지만, 어린 선수기 때문에 세심하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사령탑의 배려 덕분에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최민석이 완벽한 투구로 보답했다. 평균자책점 1위 등극은 덤이었다.
최민석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NC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완벽투를 펼치며 두산의 9-3 승리를 이끌었다. 한 점 내준 게 비자책 처리되면서 시즌 자책점은 11점을 유지한 채 이닝만 7이닝을 늘리며 누적이닝 45.2이닝을 기록한 최민석의 평균자책점은 2.56에서 2.17로 크게 낮아졌다. 덕분에 이날 경기 전까지 리그 평균자책점 1위였던 아리엘 후라도(2.33·삼성)를 제치고 이 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여기에 시즌 4승째를 추가했다.
열흘을 푹 쉬고 돌아온 최민석의 투심은 NC 타선 앞에서 춤을 췄다. 포심을 봉인하고 투심과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는 최민석의 장점은 땅볼 유도다. 투심과 커터는 포심에 비해 구속은 다소 낮은 대신 공의 움직임이 좋아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에 맞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구종이다.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투심과 140km 초반에 형성되는 커터, 스위퍼를 앞세워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인 최민석은 5회 2사에서 도태훈에게 볼넷을 내주기 전까지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2-0으로 앞선 4회초엔 박민우와 한석현을 연속으로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며 변형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지만, 만만치 않은 탈삼진 능력도 있음을 선보였다. 도태훈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시원에게 안타를 맞아 1,3루 위기에 몰렸지만, 대타 맷 데이비슨을 스위퍼로 삼진을 솎아내며 스스로 불을 끄기도 했다.
이날 최민석의 공을 받은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는 경기 후 “최민석의 공은 빠르지 않지만, 볼 끝이 지저분하고 제구력이 좋아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까다롭다”며 “특히 베테랑처럼 멘털이 쉽게 흔들리지 않고 빠른 승부를 펼치는 투수라서 위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최민석은 “쉬는 동안 캐치볼만 하면서 힘을 비축했는데, 그 효과를 본 것 같다”며 “올 시즌을 앞두고 다듬은 컷패스트볼로 몸쪽 승부를 잘한 것도 호투의 원동력이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신인이었던 지난 시즌엔 투심과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피치 피처였던 최민석은 올 시즌 커터를 세컨드 피치로 추가해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승부할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났다.
“오늘 경기로 평균자책점 1위가 됐는데,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최민석의 올 시즌 목표는 시즌 막판까지 활약하기, 그리고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그는 “지난해 몸무게가 86∼87㎏ 정도 나갔는데, 올해는 체력 관리를 위해 90㎏정도로 늘렸다. 시즌 막판까지 체중 관리를 잘해서 끝까지 잘 던지고 싶다”면서 “가을에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포스트시즌에도 출전하고 싶다. 그때까지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페이스 조절을 잘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