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007년에 잘 나갔죠. 내비게이션 정말 많이 팔렸어요. 스마트폰 보급 초기까지만 해도 단말기 수요가 꽤 있었는데, 완성차 제조사들이 차량 내장형 내비게이션을 기본 탑재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조금씩 위축된 것 같아요.”
2000년대 중반 경기도 북부에서 아이나비 대리점을 운영했던 강모(50대)씨는 팅크웨어의 전자 단말기 브랜드 ‘아이나비’가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비교적 상위권 브랜드로 평가받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팅크웨어의 매출액은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2000년대에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였다. 2005년 437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1014억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고, 2007년 1622억원을 거쳐 2008년에는 214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의 절대 강자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아이나비’였지만, 스마트폰 상용화 앞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 스마트폰 등장과 ‘거치형 내비게이션’…설 자리를 잃다
스마트폰 등장 초기만 하더라도 기기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우위라는 이유에서 내비게이션 단말기 경쟁력은 어느 정도 유지됐다.
하지만 지도와 GPS 등 구현과 통신 기반 실시간 교통 정보 적용으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 성능이 안정화에 접어든 데 이어, 운전자의 편의성 증대 측면에서 내비게이션 앱이 단말기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같은 맥락에서 내비게이션 시장의 전체 판매량도 2010년 160만대 규모에서 2011년 150만대, 2012년에는 120만대로 거듭 감소했다. 현대·기아·쉐보레 등 완성차 제조사들의 차량 출고 단계부터 매립형 내비게이션 기본 탑재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시장 변화를 따라가려 르노삼성 등 완성차 제조사에 매립형 제품을 공급했지만, 아이나비의 단말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실적은 감소했다.
스마트폰 앱이 내비게이션 성능을 초월하자, 아이나비는 2010년 무렵 블랙박스로 눈을 돌렸다. 차량 사고 분쟁 증가와 보험 처리 문제 등의 사회적 이슈 부각으로 블랙박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 시기로 평가된다.
양석준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아이나비는 ‘와해성 기술’을 내다본 사례”라며 “스마트폰 개발 초기에는 기술 수준이 떨어지지만, 이후 기술 향상을 미리 예측하고 스마트폰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시장을 개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와해성 기술’이란 기존 기술을 무력화하고 산업을 변화시킬만한 신기술을 의미한다.
◆ 눈 돌린 블랙박스 시장…성적표는?
블랙박스 시장에 첫 진출했던 2010년 이후 아이나비의 블랙박스 부문 매출은 상승세를 보였다. 2010년엔 27억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 163억원, 2013년엔 562억원, 2014년 722억원, 2015년엔 960억원으로 해마다 최대 매출을 갱신했다. 2017년에는 1456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포드·르노삼성·GM·폭스바겐·볼보 등에 블랙박스 등을 공급했고, 2020년에는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로도 선정됐다. 2021년에는 BMW와 블랙박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각에서는 이 계약으로 2025년까지 약 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확보했던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위기에 몰렸던 아이나비에 블랙박스가 ‘효자템’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완성차 제조사가 자체 매립 블랙박스를 내면서 아이나비의 매출은 2022년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2022년 2082억원에서 이듬해 1888억원, 2024년 3분기에는 1144억원으로 줄었다. 그간 집중했던 B2B(기업 간 거래)의 특성상 B2C보다 수익률이 낮아 매출 감소에 더욱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 팅크웨어의 2022년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2474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이익률 1.9%에 불과한 47억원에 그쳤다.
◆ 아이나비는 내비게이션을 아예 버렸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내비게이션 시장의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모바일 앱 서비스로 이동했지만, 아이나비가 내비게이션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았다.
아이나비는 단말기 생산을 유지하는 동시에 모바일 앱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기존 강자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고, 단말기 판매량마저 저조했다. 특히 통신과 메신저 서비스를 기반으로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축적해 온 티맵, 카카오맵 등과의 경쟁은 시장 진출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아이나비는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협업 앱을 선보였다. 2016년 LG유플러스와 합작한 ‘U내비’, KT와 손잡고 출시한 ‘올레 아이나비’가 대표적이다.
내비게이션에서 지도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아이나비는 2012년 출시한 모바일 앱 ‘아이나비 에어’를 지속 고도화해 왔다. 현재는 커넥티드 지도 플랫폼과 실시간 위치 정보 서비스를 앞세워 완성차, 택시 호출, 대리운전, 배달 대행 등 모빌리티 전방위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통신사와 연계한 커넥티드 전장 플랫폼 ‘아이나비 WHERE’도 출시했다. 시장 안착 여부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주행 거리만큼 캐시를 적립해 주는 ‘돈 버는 내비게이션’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등 생존을 위한 다각도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 제조 중심 DNA, 그리고 체급의 한계
스마트폰의 대체재가 될 수 없던 블랙박스로의 업종 전환, 로봇청소기 ‘로보락’ 국내 총판을 맡은 점 그리고 국내외 특허권만 800건이 넘는 점 등은 팅크웨어의 강력한 무기로 평가된다.
다만, 제조 기반 기업으로서 지닌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과거 ‘아이나비 에어’로 티맵과 정면 대결 펼친 시기를 돌아보면, 아이나비는 사용자 경험(UX)을 축적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플랫폼 기업의 핵심인 ‘사람(유저)’을 모아본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 전환을 노리는 아이나비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초기의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몸집을 키우는 구조이지만, 제조업 중심의 DNA를 가진 팅크웨어가 장기적 적자를 감내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B2C에서 B2B로의 주요 판로 변화 과정에서 기업의 ‘체급 한계’가 드러난다는 점도 뼈아프다.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전장 부품을 자체 생산하고 공급사를 다변화하면서, 부품 납품 단가는 인하 압박을 받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B2B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아이나비는 완성차 업체에게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공급사’가 될 리스크를 안고 있다.
과거 주력 사업이었던 거치형 내비게이션이 순정 매립형에 밀린 것처럼 최근에는 블랙박스마저 차량 내장형 제품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공습 속에서도 블랙박스로 활로를 찾았던 생존 노하우를 발휘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양 교수는 “아이나비라는 브랜드가 앞으로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맞춰 사업 모델을 과감히 바꾸는 ‘피보팅(Pivoting)’을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