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부에서 임직원들의 노동조합 가입 여부 등이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이 작성·유통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강제수사 수위를 높이고 있다. 1차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 열흘 만에 사내 소통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가 노조 관계자들을 향해 빠르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지난 18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집행해 사내 메신저와 이메일 등 통신 관련 자료를 대거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 기흥 이어 평택까지 전방위 수색…노조원 메신저 전수 조사
이번 2차 압수수색은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조 소속 직원 A씨의 사내 소통 기록과 메신저 서버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지난 8일 기흥사업장의 사내 업무사이트 관리 서버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이상 접속 기록’과 ‘IP(인터넷 주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번 추가 수색 대상과 인물을 특정해 역추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사내 특정 부서의 단체 대화방에서 임직원들의 이름, 사번, 전화번호와 함께 노조 가입 여부가 상세히 분류된 엑셀 파일이 공유되면서 촉발됐다. 사측은 해당 문건의 성격을 노조 가입 여부에 따른 불이익을 유도하는 ‘블랙리스트’로 규정하고, 지난달 9일 성명 불상의 작성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일주일 뒤인 지난달 16일에는 사내 보안시스템을 통해 동료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대량 무단 수집해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소속 직원 A씨를 추가 고소했다.
사측 조사 결과, A씨는 사내 업무사이트에 약 1시간 동안 2만여회나 접속해 직원 정보를 집중 조회했고, 이는 사내 이상 트래픽 감지 시스템에 고스란히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 과도한 IP 접속자 추적 중…실제 작성자 규명 총력
경찰은 1차 압수수색을 통해 이상 트래픽을 유발한 IP 4건을 확보하고 해당 사용자들을 특정한 상태다. 이번 사내 메신저 압수수색은 대량 조회를 감행한 인물들이 실제 블랙리스트 문건을 생산·배포하는 과정에 조직적으로 공모했는지, 혹은 배후가 있는지 규명하기 위한 차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은 맞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편, 이번 추가 강제수사는 삼성전자 노조의 전면 총파업 예고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진행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성과급 제도 개편 등을 두고 3차 사후조정 회의를 가졌으나 현격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예고대로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법원의 쟁의행위 제한 가처분 결정에 이어 경찰의 대대적인 강제수사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사상 초유의 파업 사태를 맞은 삼성전자 노사 관계는 복잡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