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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역대급 세수, 잠재성장률 반등에 활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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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00조 중반 예상… 미래 위해 AI 혁신투자 필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 상관없이 동의하는 ‘성과’가 있다. 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상흔을 벗자마자 정보기술(IT) 강국의 토대를 닦았다는 점이다. IT 변혁에 대한 김 대통령의 혜안은 수감 시절부터 시작됐다. 1980년 내란음모 사건으로 청주교도소에 수감된 당시 김 대통령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었다. 사형수 신분임에도 그는 ‘미래에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오는구나’라고 충격을 받고, 지식·정보 강국 방안을 구상했다.

 

실제 김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정보 인프라 조기 구축에 4년간 28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 이 중 10조2000억원은 초고속 통신망 구축에 집중 투자했다. 2000년 12월 전국 144개 주요 지역을 광케이블 초고속 정보 통신망으로 연결했고, 1997년 말 163만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이용 인구는 2000년 1700만명까지 급증했다. 인터넷 인프라 구축은 정보화 교육 및 전자 정부로 이어졌고, 조선·자동차·철강 등에 접목돼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IMF 위기로 1998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9% 뒷걸음질 쳤던 위기에도 IT 인프라 구축 등에 힘입어 김대중정부는 잠재성장률을 5% 안팎으로 회복·유지시켰다.

 

이희경 경제부 차장
이희경 경제부 차장

20년도 더 된 사례를 적은 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론화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차원이 다른 나라 : 인공지능(AI) 시대 한국의 장기전략’은 ‘초과세수’를 ‘초과이윤’으로 잘못 보도한 외신 논란 등에 빛이 바랜 측면이 있지만, 본질은 ‘역대급 세수를 어떻게 잠재성장률 반등으로 연결시킬까’에 대한 고민이 핵심이었다.

 

김 실장 예측대로 앞으로 세수는 이례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390조2000억원으로 전망했지만, 3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면서 415조4000억원으로 눈높이를 높였다. 여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올해 8월에 납부할 법인세 예납을 감안하면 세수는 400조원대 중반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수 전망은 내년에도 장밋빛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도 법인세만 120조원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한다. 2025년 한 해 전체 법인세(84조6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30년 우리는 ‘5년마다 1%포인트씩 장기성장률 하락’이란 공식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세수 증가세는 마지막 기회다.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좌고우면하지 않아야 한다. 당장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경기 부양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돌아갈 과실을 염두에 두고 장기 시계에서 재정전략을 짜야 한다. 잠재성장률 반등에 도움될지 여부가 재정 배분의 ‘1순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전 세계 AI 시장의 투톱인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영향권에 있기 부담스러운 개발도상국에 우리 AI 모델을 받아들일 수 있게 피지컬 AI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표준을 선점하는 방안 등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구조적인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되, 일회성 채용이 아닌 AI 기반 직무탐색 방안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등 재분배 정책도 놓쳐선 안 된다.

 

김 대통령은 IT 인프라 구축 당시 관료들로부터 ‘무모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여 성장 가능성을 열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이겨내지 못하면 장래가 없습니다”(2000년 2월 전자상거래 추진전략회의)라는 그의 말을 되새겨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