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유치원 교사가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3일간 호텔에 스스로를 감금했다가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구조됐다. 자칫 수천만원의 재산을 탕진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경찰의 기지로 금전적 피해도 막았다.
◆보이스피싱에 ‘셀프감금’한 30대 유치원 교사…경찰 설득에 6000만원 등 추가피해 막아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공항지구대는 8일 ‘보이스피싱 관련 악성 앱(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피해자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3일 동안 호텔에 ‘셀프감금’ 중이던 유치원 교사 A(33)씨를 현장에서 구출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문을 두드렸으나, 이미 범인들에게 극심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하고 있던 A씨는 경찰조차 의심하며 문을 열지 않아 설득에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A씨를 설득해 방 안으로 진입한 순간에도 A씨는 보이스피싱범과 통화 중이었다. 경찰은 즉시 통화를 차단하고, 범인 지시로 이미 대출받아 둔 6000만원의 송금을 막았다. 이 자금은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에 예치돼 있어, 조금만 늦었어도 코인으로 환전돼 추적이 불가능할 뻔한 상황이었다.
A씨는 카드 배송을 미끼로 그에게 접근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당신 명의가 범죄에 연루됐다”, “비밀리에 수사해야 한다”고 속아 외부 연락을 차단하고 호텔에 머물며 6000만원 대출을 지시받았다. 일당은 이 과정에서 A씨의 외부 연락을 차단하고 장시간 통화를 독점하면서 그를 가스라이팅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대출사기형’에서 A씨 사례처럼 공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공포로 몰아넣는 ‘기관사칭형’으로 바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7017건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3만982건) 중 23%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3년 1만1341건으로 60%로 늘었다. 기관사칭형은 국가 권력기관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기에 피해자가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채 끌려다닌다. 보이스피싱 범죄당 평균 피해액도 급증했다. 2021년 건당 2499만원이던 평균 피해액은 지난해 5384만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대포통장 1개당 2500만원에 공급하고 AS까지…경찰, 韓·中조직 149명 검거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조직 총책 등 149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중 가담 정도가 중한 7명은 구속 송치했으며, 핵심 조직원 27명에 대해선 형법상 범죄단체조직·활동죄를 추가 적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에서 대포통장을 유통한 이들 A조직은 2024년 3월 지역 선후배 등으로 구성된 범죄단체를 조직해 지난해 5월까지 다른 범죄단체에 대포통장을 공급했다. A조직은 각 지역 은행을 돌면서 대포통장을 개설했고, 신규 계좌 1일 이체 한도(100만원) 제한을 해제하기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물품공급계약서 등을 작성해 은행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통장들을 계좌당 1500∼2500만원을 받고 다른 범죄조직에게 공급했다. 또 이 계좌가 지급정되면 허위 차용증을 금융기관에 제출해 지급정지 해제를 시도하는 등 ‘사후관리’까지 맡았다.
A조직은 중국 심천 지역에 거점을 둔 자금세탁 범죄조직 B에 통장을 공급했고, 지난해 3월부턴 하부 조직원들을 현지로 직접 파견해 자금세탁에 가담시키고 수익을 공유했다. A조직이 B조직에 공급한 대포통장에 입금된 범죄수익금은 총 310억원, B조직이 사용한 대포통장에 입금된 범죄수익금은 총 860억원 상당이다. 대부분 보이스피싱이나 투자사기, 리딩사기로 인한 피해금이다.
경찰은 A조직 총책 2명, A조직에 가담 혐의를 받는 3개 폭력조직 조직원 8명을 검거했다. 일명 ‘왕회장’이라고 불리는 B조직 총책은 중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왕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조치한 상태다.
◆조부 흉기로 살해한 20대 여성 구속…“도망·증거인멸 염려”
할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손녀가 도망∙증거인멸 우려에 따라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박사랑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존속살인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 및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18일 오전 11시53분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80대 조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A씨는 범행 이후 직접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조부와 말다툼 도중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취지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가정폭력 등 신고 전력이 없는 점, A씨가 범행 당시 음주나 약물 상태가 아니었던 점 등을 고려해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