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막을 올린 가운데 경기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성남시장 선거가 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성남시는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하며 정치적 체급을 키워, 이 대통령의 ‘정치 고향’으로 불린다.
이번 선거에선 민선 8기 행정력을 토대로 수성전에 나선 국민의힘 신상진 현 성남시장과 ‘원조 친명’ 간판을 앞세워 빼앗긴 성지를 탈환하려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전 국회의원이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거대 양당의 구태 정치를 비판하는 진보당 장지화 공동대표가 가세하며 선거판은 고차방정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 분당 재건축 민심을 잡아라…‘물량 제한’ 원인 두고 정반대 해법
선거의 명운을 가를 최대 승부처는 전체 성남 인구(약 9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48만명이 밀집한 ‘분당구’의 표심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분당구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원도심(수정·중원구) 간 세 대결 속에서, 이번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슈가 폭발하며 분당의 재정비 표심이 선거 전체를 지배하는 모양새다.
현재 분당 민심은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요동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다른 지역 1기 신도시의 재건축 물량은 대폭 확대한 반면, 대기 수요가 몰린 분당신도시의 물량을 사실상 동결하면서 역차별 논란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물량 제한 전면 해제’를 공약했으나, 책임을 묻는 주체와 해법에서는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신 후보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부에 분당 물량 제한 해제를 공식 요청하는 동시에, 과도한 3중 규제(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원도심과 분당을 아우르는 총 2조원 규모의 ‘시민 체감 정비사업 지원 기금’ 조성도 약속했다. 이 중 분당 지역에만 직접 지원 5451억원과 간접 인프라 확충 5조원을 투입해 이주비 지원과 기반시설 설치를 돕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건축·교통·교육 심의를 한 번에 끝내는 ‘원스톱 통합 인허가 체계’를 도입해 재건축 소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김 후보는 물량 제한의 원인을 외부 규제가 아닌 현직 시장인 신 후보의 ‘행정력 무능’에서 찾고 있다. 김 후보는 “성남시가 선도지구 지정과 대규모 이주 수요에 따른 이주단지 확보 계획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토부를 설득할 논리적 명분을 잃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해법으로 분당 재건축 물량 전면 해제와 함께 ‘성남시 전역 광역 이주 마스터플랜’ 수립을 제시했다. 재정 지원 규모 역시 신 후보의 안을 웃도는 3조원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공공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로 일하며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주도했던 경험과 청와대 정무비서관 시절 검증받은 조율 능력을 바탕으로, 묶인 분당의 규제 사슬을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 성남종합운동장 개발 ‘돔구장’ vs ‘리모델링’ 정면충돌…흑색선전 공방
선거전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두 후보는 성남종합운동장 부지 개발 방안을 놓고 격렬한 폭로전과 진실 공방을 주고받았다.
포문은 김 후보가 열었다. 김 후보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남종합운동장을 전면 재구조화해 메이저리그급 야구 돔구장과 첨단 복합문화거점을 조성하겠다는 파격적 공약을 발표했다. 시장 취임 즉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민간 자본 유치와 도시개발사업 개발분담금 보전 등을 통해 약 3년 이내에 착공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이었다.
그러자 신 후보가 ‘사기 공약’ 프레임으로 반격에 나섰다. 신 후보는 이튿날인 19일 돔구장 대신 기존 시설을 고도화하는 ‘성남종합운동장 스마트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김 후보를 저격했다. 신 후보는 “돔구장은 단순 건축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심사와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해 잠실은 16년, 청라는 8년이 걸렸다”며 “4년 임기 내에 뚝딱 지을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건 시민을 기만하는 무지 아니면 사기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하지도 않은 ‘4년 내 완공’이라는 말을 신 후보가 임의로 지어내 악의적인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 측은 “기자회견 당시 ‘3년 후 착공 가능’을 말했을 뿐, 완공 시점을 못 박은 적이 없다”며 “네거티브의 빌미를 잡기 위해 상대의 발언을 교묘히 비트는 추태를 멈추라”고 압박했다.
동시에 신 후보의 리모델링 안을 향해 “수백억원의 혈세를 쓰고도 결국 나중에 재건축해야 하는 임시방편의 예산 낭비”라고 맞받아쳤다.
여기에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지난 12일 김 후보의 과거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판결문을 공개하고 신 후보 캠프가 이에 가세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법적 고소·고발을 검토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했다.
◆ ‘초격차 교통혁명’ 공약 대결…선대위 진용 역대급 중량감 대결
상호 비방전 속에서도 성남의 미래 지도를 바꾸기 위한 사통팔달 교통 공약 경쟁은 뜨겁다.
신 후보는 20일 ‘성남시 초격차 교통혁명 완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임기 중 지하철 8호선 연장(모란~판교)을 예타 대상으로 통과시키고 위례삼동선을 추진한 성과를 기반으로, 재선 시 SRT 오리역 신설, 판교동역·도촌야탑역·성남시청역·백현마이스역 등 촘촘한 철도 네트워크를 완성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른바 ‘내 집 앞 철도역’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재원은 재개발·재건축 공공기여금과 철도건설기금 5000억원을 조성해 해결하고, 어디든 15분이면 통하는 원스톱 순환도로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 역시 ‘대한민국 경제수도 성남’을 목표로 성남 메트로 1·2호선 신설과 성남동부순환도로, 탄천지하도로 건설 등 굵직한 도로교통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재원 조달에 있어 민자 유치 역량을 강조하며 대기업과 첨단 산업을 연계한 실물경제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양 캠프의 세 대결과 선대위 규모 역시 ‘미니 대선’을 방불케 할 만큼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전면 배치됐다.
지난 9일 신 후보 측 야탑동 캠프 개소식에는 양향자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김문수 전 대선 후보를 비롯해 안철수·김은혜 의원 등 야당 중진들이 총출동했다. 민선 8기 청렴도 상향(4등급→2등급)과 채무 제로 달성을 훈장으로 내걸고, 시정 연속성과 여당 독주 견제를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의 모란역 사거리 캠프 개소식과 잇따른 선대위 출범식에는 추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김진표 전 국회의장, 김태년·이수진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캠프에선 정치 원로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중심을 잡고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가 정책자문단장을, 야구계의 전설 김응룡 감독과 유남규 전 탁구감독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 진보당 장지화 “구태 정치 멈추고 3대 민생의제 끝장토론 하자”
거대 양당이 선거 전초전부터 폭로전과 공방전으로 얼룩지자, 제3지대 주자인 진보당 장지화 후보는 구태를 매섭게 몰아세우며 틈새 공략에 나섰다.
장 후보는 18일 긴급논평을 통해 “성남시장 선거가 민생은 내팽개친 채 과거 삿대질과 감정싸움만 가득한 서울시장 선거의 구태를 그대로 재연하며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규탄했다.
장 후보는 비방과 변명이라는 낡은 커튼 뒤에 숨지 말고 성남시민의 삶을 바꿀 구체적 비전 검증을 위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거 대책, ‘통합돌봄 성남’ 구현 방안, 성남시의료원의 공공성 강화 및 정상화 방안 등 ‘3대 민생 핵심 의제 끝장 토론’에 나설 것을 신상진·김병욱 두 후보에게 전격 제안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울타리를 자처한 장 후보는 지역 공공성 회복과 아동·돌봄 중심의 진보적 민생 행보를 이어가며 양당 체제에 실망한 노동계와 서민층 표심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