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가 다세대주택 방 한구석에서 요가 매트를 편다. 유튜브 화면 속 강사는 “가볍게 제자리 뛰기를 하며 심박수를 올리라”고 안내하지만, A씨는 몇 번 뛰지도 못하고 동작을 멈춘다. 50mm 두께의 소음방지 매트를 깔았지만, 발이 바닥을 치는 순간마다 아래층에 소리가 전달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낀다. 결국 그는 점프 동작을 줄이고 스트레칭과 저강도 운동으로 루틴을 바꿨다. 운동 방식은 개인 취향보다 주거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됐다.
반면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거실에서 러닝머신과 실내자전거를 이용해 운동한다. 비교적 넓은 공간과 층간소음 부담이 적은 환경 덕분에 고강도 운동도 큰 제약 없이 가능하다.
두 사람 모두 집에서 운동하지만, 가능한 운동의 종류와 강도는 다르다. 누군가는 뛰고, 누군가는 뛰지 못한다. 그 차이를 만든 건 ‘집의 조건’이었다.
◆생활체육 참여율 62.9%…운동은 늘었지만 운동 조건은 같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생활체육 참여율은 62.9%로 전년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60.8%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다.
특히 주 2회 이상 운동하는 비율도 52.2%까지 늘어나면서 국민의 운동 참여 자체는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줄어들며 생활 속 신체활동은 점차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참여율 상승이 곧 동일한 운동 환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운동 참여자’라 하더라도 거주 공간의 크기, 체육시설 접근성, 운동 비용에 따라 실제 운동의 종류와 강도는 크게 달라진다.
실내 공간이 충분하고 소음 제약이 적은 환경에서는 러닝머신, 스피닝, 근력 운동 등 다양한 고강도 운동이 가능하다. 반면 소형 주거지나 층간소음 제약이 큰 환경에서는 스트레칭이나 저강도 운동 중심으로 선택지가 좁아진다.
결국 운동 참여율의 상승은 ‘운동 기회의 확대’를 의미할 수 있지만, 그 기회의 내용과 질까지 동일하게 확장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활체육 참여가 늘고 있음에도 실제 운동 가능 여부는 주거 환경과 비용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이 드러나면서, 운동 접근성은 점차 개인의 선택이 아닌 생활 조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 속에서 문체부는 이를 바탕으로 생활체육을 ‘전 국민 확산 정책’으로 규정하고, 참여 확대와 함께 지역·계층 간 운동 격차 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역시 생활체육 인프라 확충과 디지털 기반 운동 지원을 통해 운동 공간을 기존 시설 중심에서 일상 공간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커지는 홈트 시장…‘집에서 운동’ 가능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운동·레저용품 거래액은 수조 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꾸준한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덤벨, 요가 매트, 실내자전거 등은 이미 일상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운동용품 소비의 확대가 곧 운동 환경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동주택 거주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특히 청년층과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소형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중심의 주거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들 주거 유형에서는 제한된 실내 공간과 층간소음 문제로 인해 달리기·점프 같은 충격성 운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결국 홈트레이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동 가능 범위는 주거 공간의 크기와 건물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운동비는 오르는데 뛸 공간은 없다…층간소음이 된 생활체육
외부 체육시설 이용 비용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체력단련시설 이용료를 포함한 개인 서비스 물가의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필라테스, 퍼스널트레이닝(PT) 등 개인 맞춤형 운동 서비스는 전문화되면서 비용 부담도 함께 커졌다. 서비스 단가가 고정되는 구조 속에서 운동은 점점 ‘구매 가능한 경험’으로 재편되고 있다.
외부 운동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낮은 홈트레이닝 수요 역시 함께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공동주택 구조에서 고강도 실내 운동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인 가구가 거주하는 소형 주거지에서는 실제로 운동에 활용 가능한 여유 공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원룸이나 소형 오피스텔 구조에서는 요가 매트 1~2개를 펼치는 수준의 공간만 확보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층간소음 문제까지 겹치면서 실제 운동 방식은 공간 조건에 따라 제약을 받게 된다.
이 같은 구조적 긴장은 실제 민원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이웃사이센터’에는 ‘뛰거나 걷는 소리’, ‘운동기구 사용 등 충격음’ 관련 상담이 반복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도 러닝머신·스핀바이크 등 실내 운동기구 소음 민원이 꾸준히 보고된다.
국토교통부 기준에 따르면 신축 공동주택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바닥 슬래브 두께를 약 200mm 전후 이상으로 확보하고, 일부 단지는 230~250mm 수준까지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구형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얇은 구조로 충격음 전달 가능성이 높다. 같은 운동이라도 건물 구조와 바닥 성능에 따라 체감되는 소음이 달라진다.
◆‘층간소음 방지’ 시장도 급성장…하지만 충격음은 완전히 막지 못했다
층간소음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제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저감 매트, 충격 흡수 바닥재 등은 하나의 소비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생활 속 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과 상품이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함께 커지는 흐름이다.
다만 이러한 제품 확산이 곧 생활 소음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시험 결과에 따르면 두께 4cm 이상 저감 매트는 발걸음 등 경량 충격음에서는 일부 감소 효과가 확인됐지만, 러닝이나 운동기구 사용과 같은 중량 충격음에서는 저감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제품은 소음을 줄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지만, 물리적 충격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활체육 참여 확대와 홈트레이닝 확산으로 운동은 일상 공간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집 안에서 운동 콘텐츠를 따라 하는 방식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다른 조건의 차이를 드러낸다. 주거 구조와 공간 여건, 건물의 바닥 성능에 따라 실제로 가능한 운동의 범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홈트’라도 어떤 공간에서는 고강도 운동이 가능하지만, 다른 공간에서는 동작 자체가 제한되기도 한다.
결국 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과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생활 속 충격음 문제와 그에 따른 운동 제약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