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본사 총파업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본사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5곳의 노조가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되면서 노사 갈등이 전면적인 파업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인공지능 전환을 올해의 핵심 과제로 내건 카카오의 신사업 추진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지난 20일 오전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가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본사를 제외한 계열사 4곳은 이미 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본사는 오는 27일 오후 3시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2차 조정을 앞두고 있으며 이 조정이 불발되면 그룹 전체가 참여하는 총파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 성과급 보상 구조 둘러싼 누적된 불만 폭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성과급 보상 구조를 둘러싼 노사 간의 시각 차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성과를 독점하면서 일반 구성원들을 소외시켰다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결의대회에서 “경영진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임원에게만 150%에 달하는 단기 성과급을 책정하고 일반 직원의 성과급 재원은 축소했다”라며 “퇴임 대표의 공개 보수를 챙기거나 특별한 연관 없이 고문으로 위촉했다”라고 비판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쟁의 찬반투표 가결이 반드시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조합원들의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 계획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카나나 중심의 AI 신사업 추진력 저하 우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서비스의 즉각적인 전면 중단보다는 중장기 신사업의 속도 저하가 더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핵심 운영 업무는 자동화 시스템과 비조합원 인력으로 일정 기간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며칠간 업무를 중단한다고 해서 당장 카카오톡이 멈추지는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올해를 AI 전환의 분기점으로 삼은 카카오의 전략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자체 AI 모델인 ‘카나나’를 중심으로 메신저와 커머스, 금융 등 주요 서비스에 AI 기능을 확대 적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개발 조직과 플랫폼 운영 인력이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신규 AI 기능의 출시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B2B 인프라를 담당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나 신작 개발 중인 엑스엘게임즈의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도 제기된다.
◆ 네이버·삼성전자 ‘파격 보상안’ 타결 속 카카오의 고립
카카오의 노사 갈등 장기화는 최근 다른 주요 대기업들의 행보와 대조를 이룬다. 경쟁사인 네이버는 집중 교섭 3주 만에 올해 임금을 5.3% 인상하기로 합의하며 노사 갈등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특히 재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 삼성전자의 행보는 카카오 노사 관계에 압박이 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는 사업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파격적인 보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문 임직원은 올해 최대 6000만원가량의 기존 초과이익성과급에 특별경영성과급까지 더해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자사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 노조가 요구안 중 하나로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을 검토했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이익 분배 기준을 제시하며 타결을 이끌어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