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거센 폭우가 쏟아진 20일 저녁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2025-2026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이 열린 가운데,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3억원을 지원해 조성한 공동응원단을 둘러싼 논란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경기 전 7000여 석이 매진된 것으로 집계됐으나, 공식 관중은 5763명으로 기록됐다. 지속된 폭우가 관중 동원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3000명 규모로 알려졌던 공동응원단 역시 날씨 영향 때문인지 예상만큼 모이지는 않았다.
“우리 팀은 불리해”…10대 팬의 뼈 있는 한마디
수원FC 서포터즈 ‘포트리스’ 회원 우승림(15) 군은 “대한민국의 수원FC 위민이 기적적으로 4강에 올라갔는데, 솔직히 팬들 입장에서는 수원FC 쪽에도 조금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불리하지 않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클럽팀 경기에서) 남북 응원단이라는 건 사실상 없었던 일인데, 너무 한쪽으로 끌어가다 보면 다른 한쪽은 불리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중학생 박주환 군은 “평소 북한 선수들을 직접 볼 기회가 없는데 이런 경험 자체가 좋은 것 같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3억원 지원 논란에 대해선 “노코멘트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같은 민족인데 묘한 기분” vs “단절 속 좋은 기회” 엇갈린 20대
아주대 재학생 맹건희 씨는 선수 입장 때 북한 선수들을 봤다며 “느낌이 좀 이상하다. 북한 사람은 처음 봐서 같은 민족이긴 한데 묘한 기분이 든다”고 현장 감회를 전했다. 3억원 지원에 대해선 “잘은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반면 북한 내고향팀을 응원하러 온 곽범주 씨는 “남북 관계가 점점 단절돼 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가 됐는데, 정부 차원에서 그 정도 지원은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30·40대 “운영 투명성이 먼저”…60·80대 “결국 같이 살아야”
30·40대는 세금 집행의 투명성에 주목했다. 40대 정욱 씨는 “비용이 정당하게 쓰였다면 괜찮다고 본다”고 했고, 30대 남성 관중도 “지원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운영만 잘됐다면 좋은 취지”라고 말했다.
공동응원단으로 경기장을 찾은 60대 한상대 씨는 “가슴이 뭉클하다”고 운을 뗐다. 남북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 같은 경기장에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반갑다면서도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수원FC가 이겼으면 좋겠지만, 하나 된 차원에서는 비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80대 노신사의 시선은 경기장 안 북한 선수들에게 먼저 향했다. “똑같은 우리 젊은이들인데 너무 경직돼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3억원 지원 논란에 대해선 “잘한 거다. 남북이 원래 적이 아닌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꾸 갈등을 만든다”며 “세금으로 왜 북한을 지원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100년, 200년을 내다보면 결국 같이 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응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대별로, 입장별로 달랐다. 하지만 비를 맞으며 경기장을 찾은 이들이 공통으로 꼽은 한 가지가 있었다. 북한 선수들을 직접 눈앞에서 본다는 자체가 낯설고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것.
한편 이날 내고향은 수원FC 위민을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내고향은 오는 23일 도쿄 베르디(일본)와 우승컵을 두고 격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