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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업 피했지만 성과급 요구는 다른 업계로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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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HD현대중공업 등 성과급 연동 요구 강해질 듯
산업 경쟁력 약화·노동시장 양극화 우려 잇달아
"업종별 수익성·생산성 차이 고려 없이 기대수준만 높아질 수도"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하면서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지만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논쟁은 다른 업계로 불똥이 튀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해 정보기술(IT), 통신 등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나 삼성전자 노조처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노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상한제 폐지로 촉발된 논쟁이 삼성전자를 거쳐 반도체가 아닌 다른 업종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성과급 요구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 기업의 부담을 가중해 신규 투자나 고용이 위축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삼성전자 메모리 1인당 6억원 성과급

삼성전자 노사는 노조 총파업으로 예정된 21일 0시를 한 시간여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성과급이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

삼성전자 노사가 사업 성과의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기로 합의하면서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올해 최대 6억원가량(세전, 연봉 1억기준)의 성과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 부문도 최소 1억6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노사는 OPI(성과인센티브)와 반도체(DS) 부문에 대한 특별경영성과급으로 구분해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OPI는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에 따라 지급하고,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로 정했다.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상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40%를 반도체 부문 전체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60%를 반도체 부문 사업부별로 나누기로 했다.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지난 2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 '성과급 치킨게임' 중추 산업 확산

'성과급 치킨게임'이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 조선, IT 등 국가 중추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어 중동 사태로 위기에 빠진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일정 부분의 성과급 지급을 골자로 하는 보상 요구는 임단협 과정에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최근 현대차[005380]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천6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등을 담은 올해 임협 요구안을 사측에 보냈다.

HD현대중공업[329180] 통합 노조도 기본급 14만9천60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 공정한 성과 배분 등을 골자로 한 임금인상 요구안을 지난 20일 사측에 전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HD현대일렉트릭[267260]처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성과급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노조도 늘고 있다.

특히 완성차업계의 경우 지난해 미국 관세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황이어서 성과급 지급에 더욱 신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관세 비용 4조1천100억원을 부담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9.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1.7% 줄어든 10조3천648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삼성전자의 성과급은 반도체 업황의 특수성이 있어서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산업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면이 있다"면서 "다른 업계에서 이를 일률적으로 받아들이려 하면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가 경제 악화 더해 노동 이중구조 심화 우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고착화하고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투자와 고용이 위축돼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아울러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을 계기로 파업 위기가 중소 협력업체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영업이익의 고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주는 제도가 확산하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 인력 쏠림 현상으로 인력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로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도미노처럼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 경쟁력 저하나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로 성과급 요구가 다른 대기업으로 연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지급 여력이 있어 파업을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합의했으나 이는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직원 보상에 중점이 맞춰지면서 향후 신규 투자나 고용 창출은 다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정일 한국경영학회 회장(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은 "삼성전자와 같은 초대형 글로벌 기업의 보상 수준이나 협상 결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업종별 수익성과 생산성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기대 수준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기업 간, 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순한 임금 인상 경쟁보다 생산성 혁신과 협력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다른 기업들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처럼 성과급을 지급하기는 큰 부담이며 해외 이전을 택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이례적 특수 덕으로, 부침이 심한 다른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도 성과급을 높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지는 격"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기준이 됐기 때문에 이익이 많은 모든 국내 대기업은 노조에서 강력하게 성과급을 달라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영업이익의) 10%에서 30%를 달라고 할 것인데, 이는 한국의 많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고 해외로 이전 하게 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