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회에 다니는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같은 교회의 한 초등학생이 요즘 매주 이렇게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제 주식 대박 나게 해주세요. 아멘.”
‘얼마나 대박 나고 싶은지 감도 오지 않는다’는 지인의 말에 한참을 같이 웃었다. 이 이야기에 특히 공감한 이유가 있다. 우리 집에도 생후 10개월 ‘주주’가 있어서다. 올해 인생 첫 설을 맞은 아이는 양가에서 세뱃돈을 꽤 두둑이 받았다. 세뱃돈의 활용처를 놓고 고민하다 아이 명의의 주식계좌를 만들고 주식을 사줬다. 나중에 우리 아이 역시 자신의 계좌를 보며 ‘주식 대박’을 꿈꿀 모습이 기도하는 초등학생과 겹쳐 보였다.
실제로 최근 증시 호황에 나와 같은 부모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0개 상장사 중 연령별 주주 현황이 공개된 88곳의 20세 미만 주주는 총 72만834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만 2조9761억원에 달한다. 교실에서 학생들끼리 주식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스친다. 과연 우리 사회의 금융교육은 급변하는 교실 풍경을 반영하고 있을까. 사실 아이에게 금융을 처음 가르쳐 줄 사람은 부모다. 그런데 그 부모도 금융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대출과 금리, 신용점수 등 금융지식은 어른이 돼서야 몸으로 부딪히며 익힌다. 대개는 손해를 보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생존 지식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아이들도 부모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공교육 체제에선 체계적으로 금융을 배울 길이 없다. 우선 초·중학교에서 금융을 독립적으로 가르치는 정규 교과가 없다. 고등학교에선 올해부터 융합선택과목으로 ‘금융과 경제생활’이 도입됐지만, 말 그대로 선택과목이라는 한계가 있다. 학교에서 금융은 필수가 아닌 선택, 특별 활동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 공백은 국민적 금융지식 수준 후퇴로 이어진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우리 성인의 점수는 65.7점으로, 2년 전(66.5점)보다도 떨어졌다. 특히 20대 점수(62.6점)는 2년 전(65.8점)과 비교해 3.2점이나 떨어져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20대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요즘 젊은 애들이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공교육의 책임이 무겁다.
코스피는 성장했고 아이들은 주주가 됐다. 자본시장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지만, 학교는 여전히 금융교육에 소홀하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금융을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활동부터 늘려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초등학교부터 단계별 금융교육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입시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미국의 사례처럼 고등학교 졸업 요건으로 개인금융 과목 이수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학교의 금융교육이 ‘주식 대박’을 바라는 초등학생과 우리 아이의 투자 성공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그래도 스스로 자산을 지켜낼 최소한의 무기는 학교에서 쥐여 줘야 한다. 급성장한 한국 증시를 지탱할 기초 체력을 다질 곳은 결국 교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