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모 국제회의에서의 발언을 통해 한국이 제1도련선 안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을 단순히 한반도 방어 거점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미국 국방장관이 현직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것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처음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두 장면은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된다. 미·중 경쟁이 단순히 무역과 외교 차원의 경쟁에 머물지 않고, 위기관리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전략적 위치도 재정의되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한 제1도련선은 단순한 지리 개념이 아니다.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이 선은 중국이 해양 팽창을 위해 돌파해야 할 전략적 경계선이다. 과거 중국 류화칭 제독은 해군전략의 목표로 단계적 해양 확장을 주장하며, 먼저 제1도련선 내에서 작전 능력을 확보하고, 이후 일본 도쿄와 괌, 팔라우 등을 잇는 제2도련선으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대양해군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중국의 도련선은 미국에 있어 억제해야 할 선이며, 한국이 제1도련선 안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단순한 지리적 설명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편 미국이 미·중 경쟁과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는 만큼, 한국은 대만해협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물론 이러한 우려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대만사태 발생 시 한국이 우선시해야 할 이익은 여전히 한반도 방어 및 대북 억제이다. 미국의 군사·정보 자산이 대만해협으로 이동할 시 북한이 이를 기회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한국 내 미군기지가 대만 관련 작전에 활용된다면, 한국은 중국의 군사·사이버·경제적 압박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만해협의 안정에 무관심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대만 인근 해상 교통로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국 수입의 약 30%, 수출의 23% 정도가 이 지역을 통과하고, 그 규모는 3500억달러에 이른다. 즉 대만해협 위기는 단순한 지정학적 사건이 아니라 한국의 공급망과 해양경제를 흔드는 경제안보 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최근 호르무즈해협 사태로부터 해상 교통로의 전략적 중요성을 경험했으며, 우리가 대만 문제에 직접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더라도 대만해협의 불안정만으로도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의 과제는 단순한 찬반 선택이 아니다. 대만해협 위기에 무조건 개입하거나 거리를 두는 이분법적인 방식 모두 현실적이지 않다. 한반도 방어와 대북 억제 그리고 영토 보존은 양보할 수 없는 우선순위이나, 해상 교통로와 공급망, 동맹 신뢰 역시 일정한 관여를 필요로 한다. 연루는 피해야 하지만, 무관심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번 미·중 정상의 북한 비핵화 합의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중 간 한반도 협력의 복원을 의미한다기보다, 북핵 문제만큼은 기존의 비핵화 원칙 안에 묶어 두겠다는 최소한의 전략적 합의에 가깝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신뢰하기에 대화를 재개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신뢰하지 않기에 위기관리를 위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며,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충돌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미·중이 위기관리를 논의할수록 한국의 전략적 부담은 오히려 커질 것이며, 한국은 더 이상 한반도만의 안보를 상정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적 자율성은 미·중 사이에서 거리를 두거나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얻을 수 없다. 오히려 한국이 해상 교통로 안정, 공급망 회복력 강화, 북한 비핵화와 국제규범 유지 등의 영역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때, 한국은 단순히 강대국 경쟁에 휘말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협상력을 가진 이해당사자로서 인식될 것이며 선택권도 커질 수 있다. 대만해협 위기라는 가능성 속에서 한국이 어떠한 방식으로 국가 이익과 전략적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감정적 찬반 논란이 아닌 냉정한 전략적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