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서울 구청장 선거 최대 승부처는 ‘한강벨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지지율과 최근 선거 흐름을 앞세워 자치구 탈환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역 프리미엄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보유세 부담 완화론을 앞세워 수성에 나섰다. 서울 표심이 이념 구도보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만큼 막판 부동산 민심이 한강벨트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청장 선거에 나선 후보는 62명이다. 현재 판세는 민주당이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높은 정당 지지율과 ‘계엄 심판론’을 앞세워 2022년 지방선거에서 잃었던 서울 자치구 탈환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은 소속 단체장이 있는 강서·강북·구로·관악·금천·노원·성동·성북·은평·중랑구 10곳에 더해 동대문구와 도봉구까지 전선을 넓히려는 분위기다. 일부 강남권까지 판세 확장을 기대하는 기류도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많은 현역 구청장을 보유한 점을 앞세워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강남·서초·용산 등 보수세가 강하고 자산 가치 변화에 민감한 지역에서는 현역 프리미엄과 부동산 규제 완화론, 재개발·재건축 이슈 등을 앞세워 민주당 바람을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부동산 민심’이 지방선거 승패 갈라
과거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는 지역별 부동산 수준과 표심이 일정 부분 맞물리는 흐름을 보였다. 선거마다 작동 방식은 달랐지만, 아파트값이 높거나 가격 상승에 민감한 지역일수록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민선 8기 지방선거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8곳에 그쳤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를 휩쓸었던 민주당의 우위 구도가 4년 만에 크게 뒤집힌 것이다.
국민의힘은 ‘텃밭’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비롯해 마포·용산·광진·영등포·동작 등 이른바 한강벨트에서 승리했다. 강동·강서·동대문·서대문·양천·중구·종로에도 깃발을 꽂았다.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꼽혔던 구로와 도봉에서도 이겼다. 반면 민주당은 성동·중랑·성북·강북·노원·은평·금천·관악을 지켰다.
구별 아파트 평당 가격 수준도 이런 흐름과 맞물렸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가격은 강남구가 843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 7771만원, 송파구 6212만원, 용산구 6005만원 순이었다.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국민의힘 강세가 두드러진 셈이다.
당시 이들 지역 표심에는 문재인정부 시기 집값 급등과 보유세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부동산 세제와 규제에 대한 반발이 국민의힘을 향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집값 상승과 재건축 기대감, 자가 보유자 비중 변화 등이 정치 성향 변화와 맞물렸다는 평가도 있다.
가격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도 집값 상승률은 변수로 작용했다. 당시 국민의힘이 승리했던 도봉과 구로는 서울 내에서 아파트값이 낮은 편에 속했지만, 2018년 이후 4년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각각 102.3%, 92.1%에 달했다. 양천과 서대문 등 일부 지역에서도 개발 호재로 인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표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던 금천, 중랑, 강북, 은평 등은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다. 당시 이들 지역의 아파트 3.3㎡당 가격은 금천구 2916만원, 중랑구 3155만원, 강북구 3156만원, 은평구 3253만원 수준이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성동은 아파트 가격 수준과 상승률이 높은 지역이었지만 당시 정원오 구청장의 개인 경쟁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왕십리역 신설 추진, 삼표레미콘 공장 철거 등 지역 현안 해결 성과가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비사업 표심, 한강벨트 흔드나
6·3 서울 구청장 선거의 승패는 여야가 부동산 이슈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강남 3구와 한강벨트는 부동산 정책 변화가 집값과 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지역인 만큼 표심도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들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이슈가 부동산 표심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강남구는 개포주공 1단지(5040세대)와 은마아파트(4424세대)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재개발이 핵심 현안이다. 송파구는 잠실우성 4차 등 7곳이 이주·철거 단계에 돌입했고, 잠실진주 등 2곳은 준공 단계에 접어들 정도로 재건축이 활발하다. 용산구에서는 2003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한남뉴타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성동구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을 중심으로 한강변 정비사업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는 아현4동을 비롯한 7곳과 공덕동 등 2곳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주거 환경 개선과 자산 가치 변화에 대한 관심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양천구도 목동 1∼14단지 재건축을 비롯해 신월·신정동 일대 재개발 등이 동시에 추진되는 대표적인 정비사업 밀집 지역이다. 특히 목동아파트 재건축은 지역 부동산 민심을 좌우할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영등포구 역시 여의도 일대 대규모 재건축과 신길·영등포 도심 내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은 선거 쟁점으로 번질 수 있다. 사업 기간이 짧지 않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각종 인허가·공사비 분쟁조정 등 사업 진척과정에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역할이 작지 않다. 현역 구청장에게는 그동안의 사업 추진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되고, 도전자에게는 사업 지연 책임론이나 속도전 공약을 앞세울 수 있는 공격 지점이 된다.
다만 부동산 이슈가 곧바로 특정 정당 지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한강벨트 등 부동산 핵심 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은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반드시 표심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목동처럼 집값과 보유세 부담이 큰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계속 당선되는 사례가 있다”며 “부동산 이슈가 곧바로 특정 정당 지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6·3 지방선거가 4년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도 “기초지자체장이 큰 틀의 부동산 대책을 추진할 권한은 거의 없다”며 “선거 표심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논의도 선거 막판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정부는 7월 세제 개편안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 축소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특공 혜택을 실거주자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부각해 서울 자가 아파트 보유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아직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실제 세금이 부과된 것도 아니다”라며 “지선 이후 구체적인 세 부담으로 나타난다면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선거 전에는 쟁점 이상의 파급력을 갖추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심 위원은 “서울은 아파트 단가가 높아 ‘장특공’ 폐지 여부에 대한 논의는 선거 막판 이슈나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서울시장 토론회에서 관련 논의가 굉장히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