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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배분’ 사회적 논의 촉발… 연대 빠진 노동운동 ‘퇴행’ 평가 [삼성전자 성과급 잠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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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교섭이 남긴 숙제

‘영업익 N% 성과급’ 정당성 논란
“적자 땐 연봉 반납할 건가” “과도”
노동부도 “논의 착수 예정” 밝혀
경사노위 “의제로 올릴 수 있다”

전문가 “초기업노조는 ‘돌연변이’
이익에 매몰… 귀족노조 논란 증폭”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성과급 배분 논의’와 ‘연대가 빠진 노동운동’을 우리 사회에 숙제로 안겼다. 특히 성과급 문제는 경영계 전반에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만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 테이블에서 조속히 논의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성과급 제도화를 포함한 기업의 추가 이익분배 논의가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 노사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임직원에 배분하는 성과급 제도화를 명문화했다. 이 같은 선례는 경영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임금 문제나 원하청 노조 간 갈등으로 비화할 여지도 있다.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결집 집회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결집 집회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경사노위 의제로 다룰 가능성

성과급 배분은 기업 영업이익이 과연 노동자만의 것이냐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주주,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납세자인 국민까지 직간접적인 기여를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를 만든 건 직원이 아닌 주주”라며 N% 성과급 요구 자체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기업이 적자를 냈을 때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3년 업황 불황 속에 반도체부문(DS)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야 문제가 없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역으로 연봉을 반납할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도 성과급 문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제도적으로 갖는 건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이날 “사회적으로 좀 더 검토되고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했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도 최근 국회에서 “(삼성전자 관련) 성과와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교섭구조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사태가 마무리되고 사회적 논의를 본격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논의 테이블로는 노·정 협의체, 경사노위 등이 거론된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석은 경영계가 포함된 경사노위에서 논의하는 것이지만, 최근 추세로 보면 정부가 노·정 협의체에서 다루고자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논의 등이 노·정 협의체에서 이뤄지고 있다.

경사노위는 노·사가 동의할 시 해당 의제를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 출범 예정인 ‘노사관계 제도발전 위원회’에서 다루는 방안도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노사관계 제도발전 위원회에서 성과급을 안건으로 다루는 게 어렵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처럼 마냥 현장에 맡겨놨을 경우 개별 사업장에서 혼란을 일으킬 확률이 크기 때문에 논의 필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연합뉴스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연합뉴스

◆‘노동운동의 퇴행’ 평가

삼성전자 노조가 보인 모습은 사회적 지지를 얻지 못한 ‘노조 이기주의’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있다. 자신들의 몫을 챙기려는 이익에만 매몰된 투쟁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운동 역사에서 일종의 오명을 남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조 운동의 역사가 발전하는 속에서 오히려 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집단의 이해만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의나 연대가 어떤 의미인지 고찰이 부족했고, 사회의식도 없었다”고 직격했다.

일명 ‘금수저노조’, ‘귀족노조’ 논란을 증폭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덕호 교수는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에 대해 ‘돌연변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과거 노동운동의 바탕은 연대였고, 노동자가 하나의 계급이었다”며 “지금은 대기업 노조를 귀족노조라고 지칭하듯 노조 안에서도 확실한 계급이 생겨버렸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