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100달러선을 오가면서 지난달 국내 생산자물가가 1998년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파업을 피함에 따라 시장이 안도했지만 3고(고유가·고환율·고금리) 복병은 여전하다. 정부는 물가 자극을 우려해 석유 최고가격을 다시 4주간 동결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8.43(잠정·2020년 수준 100)으로, 전월(125.35)보다 2.5% 상승했다. 지난달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발생한 1998년 2월(2.5%) 이후 최고치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째 오름세다. 지수 상승을 이끈 건 유가였다. 공산품 중 석유 및 석탄 제품 상승률이 31.9%로 전월(32.0%)에 이어 30%대를 유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3.9%로, 2022년 6월(83.3%)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고였다. 세부 품목을 보면 솔벤트가 전월 대비 94.8%, 전년 동월 대비 258.1% 급등했다. 경유는 전월보다 20.7%,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4% 뛰었다. 원유가 원재료인 폴리에틸렌수지는 전월 대비 33.3%, 폴리프로필렌수지는 32% 올랐고 알루미늄판(14.9%)과 텅스텐1차제품(18.6%), 디램(37.8%)도 상승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3월에는 경유(20.8%)·나프타(68.0%)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4월 들어 나프타 가격 상승폭은 축소됐지만, 휘발유·경유·등유 등의 상승폭이 계속 유지됐고 제트유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에 공급하는 상품·서비스 가격변동을 측정한다. 수입품 가격은 포함되지 않는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3∼4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이된다. 휘발유 등 일부 품목은 바로 가격에 반영된다.
이 팀장은 “중동 전쟁이 지속되면서 원자재 공급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시차를 두고 여러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생산자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것은 소비자물가에도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유가에 더해 원·달러 환율도 5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해 물가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종전 협상 기대감이 커졌음에도 이날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0.7원 내린 1506.1원에 머물렀다.
정부는 유류비 부담 완화와 물가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인하폭은 휘발유 15%, 경유 25%로 현행과 같다.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ℓ)당 698원, 경유는 436원이 유지된다. 유류세 인하 전과 비교하면 리터당 휘발유는 122원, 경유는 145원 낮아진 수준이다.
정부는 민생부담 등을 고려해 6차 석유 최고가격을 22일 자정부터 4주간 동결하기로 했다. 이번 최고가격은 리터당 보통휘발유 1934원, 자동차용 및 선박용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으로 유지된다. 앞서 정부는 3월27일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그전 2주 동안 시행한 1차 석유 최고가격(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대비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린 뒤 4차례 연속 최고가를 동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