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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쏘아 올린 ‘지방 창업 도시’ 신호탄…4대 과기원∙지자체 뭉친 현장의 열기 [르포]

21일 오후 대구 달성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컨벤션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는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전략 발표회’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전 행사장 내부에 마련한 네트워킹 라운지는 이미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비수도권 창업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의 발표를 앞두고, 전국에서 모여든 300여명의 지자체∙기업 관계자와 정부 부처 인사들이 한 손에 커피 잔을 든 채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21일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전략 발표회’에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창업도시 지원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1일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전략 발표회’에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창업도시 지원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지역 스타트업들이 최근 고금리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규모 비수도권 육성책이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현장이었다. 이들은 행사장 곳곳에 배치한 스탠딩 테이블에 둘러서서 최신 창업 트렌드와 지역 기술 사업화 방안에 대해 쉴 새 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구의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표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도 과학기술원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통할 기술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며 “발표하는 세부 전략 중 지역 정착 지원책에 주목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디지스트,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 등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지방정부가 대거 참여하는 핵심 전략 회의다. 행사에서 조경원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관은 “수도권에만 비정상적으로 집중해 있던 창업 생태계를 다핵화하고, 지역에서 자란 유망 창업가가 현지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구조적 전환점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살명했다.

 

최미경 대구시 미래혁신정책관이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최미경 대구시 미래혁신정책관이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회에서 각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춘 창업 도시 전략을 공개했다. 4대 거점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187억원의 국비(2026년)를 확보한 대구는 인재 발굴부터 기술∙사업화, 투자유치, 글로벌 진출, 정주 지원까지 연계한 맞춤형 창업 프로그램 패키지를 2030년까지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 딥테크 스타트업 중심의 ‘글로벌 딥테크 창업도시’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발표자로 나선 최미경 시 미래혁신정책관은 “시는 지역특화 산업 거점과 연계해 딥테크 창업 3대 중점 육성 분야로 AI∙소프트웨어, 로봇∙모빌리티, 의료∙바이오를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

 

광주는 2030년까지 ‘세계 100대 창업도시’ 진입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지스트, 한국에너지공대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보유한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해 창업하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의 도약으로 이어지는 ‘인재 밀착형 생태계’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오영걸 시 경제창업국장은 “이번 창업 도시 선정은 광주가 보유한 기술 인재와 혁신 역량을 정부로부터 공인받은 결과”라며 “광주에서 창업한 유니콘 기업이 성장하는 기회 도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및 기업 관계자와 정부 부처 인사들이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전략 발표회’를 지켜보고 있다.
지자체 및 기업 관계자와 정부 부처 인사들이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전략 발표회’를 지켜보고 있다.

대전은 전략 발표에서 카이스트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우주∙방산, AI∙로봇,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 중심의 '딥테크 창업생태계 구축' 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혁신 기술 기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약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비상장 스타트업 육성)을 배출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앞서 대전은 올해 시비를 포함한 총 171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역 내 및 이전 창업기업 74개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유득원 대전시장 권한대행은 “대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중심 도시로 세계적 수준의 기술 역량과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이번 ‘창업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우수한 기술과 인재가 지역에서 창업하고 성장하며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지역 주력산업을 기반으로 제조 AI와 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글로벌 실증형 창업도시 전략을 제시했다.시는 이를 바탕으로 △딥테크 기업 500개 육성 △산업융합 AI 인재 500명 양성 △대기업 중심 현장 실증 150건 추진 등을 목표로 본격적인 창업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특히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SK에너지 등 지역 선도기업과 스타트업의 신기술을 연결하는 개방형 혁신 사업을 확대해 사업화 성공률을 높일 계획이다. 이영환 시 기업투자국장은 “대기업 과제와 스타트업 신기술, 유니스트 연구 역량을 융합한 창업생태계를 구축해 울산을 세계적인 제조 AI 창업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한성숙(가운데) 장관이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전략 발표회에서 중기부∙4대 지방정부 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성숙(가운데) 장관이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전략 발표회에서 중기부∙4대 지방정부 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각 지자체 발표 이후 중기부와 4개 지방정부 간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각 기관은 기술 인재 발굴∙육성과 우수 창업 기업 유치, 기술 개발∙사업화∙투자 지원, 지역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위해 협력할 방침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대구는 제조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AI∙로봇, 바이오∙헬스케어 등 첨단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며 “이번 창업도시 프로젝트 선정을 계기로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첨단산업 인공지능 전환(AX) 선도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수도권 중심 창업 구조를 넘어 지역에서도 기술창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 다시 지역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스스로 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자생적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