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매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해당 종목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잔고 금액은 4조68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이 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차입 투자인 이른바 ‘빚투’가 크게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지난 8일 이후 20일까지 9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만 신용잔고액이 9031억원 급증했다. 이는 시장 상승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일을 앞두고 주가 변동성이 커졌으나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매수 타이밍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 수요 증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감도 매수세를 자극한 요소다.
◆ 외국인 던진 물량 개인이 모두 흡수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11조4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14조729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노사 합의 결렬 우려로 주가가 장중 급락한 날에도 매수세를 멈추지 않았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한때 4.4%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7670억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물량을 받아냈다.
우려는 하루 만에 불식됐다. 삼성전자 노사가 전날 저녁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전격 도출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제거되자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7% 넘게 급등하며 29만원선을 단숨에 회복했다.
◆ 증권가 목표가 상향 랠리...내년 하반기 조정론은 변수
증권가에서는 이번 노사 합의 도출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업 리스크로 인해 경쟁사 대비 억눌려 있던 밸류에이션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신한투자증권은 노사 관련 우려가 해소된 점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사 관련 우려 해소 국면 진입에 따라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반영한다”며 “메모리 가격 추가 상승, 장기 계약에 따른 안정적 실적 가시성 확보, 주주환원 강화 등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7만원으로 올리며 힘을 보탰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업 리스크로 인해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 주가가 눌려 있던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가 해소된 후 주가의 상승 탄력은 오히려 경쟁사보다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확실성 소멸이 향후 주가 랠리에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내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조정 가능성은 투자 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지출 여력이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업체들은 아마존을 제외하고 주주환원액을 대폭 줄이거나 대규모 차입 등 자본 조달 없이 내년 CAPEX를 증가시키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이어 “만약 더 이상 메모리 반도체의 높은 가격과 어마어마한 CAPEX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메모리 업체들의 70∼80% 이익률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