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앞둔 군 장병식당. 배식대 앞에 선 병사들이 오늘 특식 메뉴부터 먼저 확인한다. “오늘 햄버거 나온다”, “디저트 있다”는 말에 줄 끝 분위기도 달라진다. 예전처럼 ‘배만 채우는 군대 밥’에 머물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군급식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급식 민간위탁은 2022년 시범사업 이후 확대돼 2025년 기준 49개 부대, 약 5만8000명 규모로 운영 중이다. 전체 급식 인원의 약 15% 수준이다. 장병 기본급식비도 2026년 1인 1일 기준 1만4000원으로 올랐다.
군 장병 세대가 달라진 영향도 크다. 배달앱과 프랜차이즈 음식에 익숙한 MZ 세대가 병영의 중심이 되면서 군급식에서도 맛과 메뉴 다양성, 브랜드 경험을 함께 보는 흐름이 강해졌다.
이 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곳은 단체급식 업계다.
과거 군급식 경쟁이 식수 처리 능력과 단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메뉴 기획력과 외식형 경험까지 경쟁 요소로 올라왔다. ‘급식의 외식화’라는 말이 업계 안에서 나오는 이유다.
아워홈은 특식과 시즌 메뉴 운영을 강화하며 군급식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산업체·병원 급식에서 쌓은 대량 조리 경험과 식자재 운영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본푸드서비스의 단체급식 브랜드 ‘본우리집밥’은 외식 브랜드 협업 전략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스테프 핫도그, 소이연남, 투다리 같은 외식 브랜드 메뉴 경험을 장병식당 안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위생 관리와 자동화 시스템 중심의 운영 경쟁력을 강화하며 B2B 급식 시장을 넓히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도 대규모 식수 운영과 공급망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군급식 시장 확대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지금 장병들은 밖에서 이미 다양한 외식 경험을 해본 세대”라며 “맛이 없거나 메뉴 만족도가 떨어지면 반응이 바로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군 장병식당 메뉴 구성도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햄버거, 핫도그, 닭갈비, 분식류 같은 메뉴를 특식 형태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념일이나 계절감을 반영한 디저트 메뉴를 넣는 곳도 있다.
훈련 강도가 높은 부대는 방향도 다르다. 육군 특수전학교처럼 체력 소모가 큰 곳은 고단백·고열량 식단 비중을 높이고, 배식 속도와 운영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다.
본우리집밥은 올해 육군 특수전학교와 공군 제3훈련비행단 간부식당 등을 신규 수주하며 육·공군 레퍼런스를 확대했다. 회사 측은 훈련 환경에 맞춘 맞춤형 식단 구성과 외식형 특식 운영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군급식이 단순 복지 영역을 넘어 하나의 ‘경험 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라고 본다. 메뉴 만족도와 위생, 운영 안정성을 동시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군급식 민간위탁 확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리 인력 운영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장병 복지 수준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장병 사이에서는 PX 음식이나 외부 프랜차이즈 경험과 비교해 군급식을 평가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군급식이 ‘안전하게 많이 제공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장병 만족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중요해졌다”며 “브랜드 경험과 운영 시스템을 함께 갖춘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져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