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잔 다음날 더 잤더니…”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고개가 자꾸 꺾인다. 손잡이를 잡고 서 있어도 눈꺼풀이 무겁다. 전날 늦게 잠든 탓에 커피를 마셔도 몸이 쉽게 올라오지 않는다.
잠을 못 잔 날은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부족한 잠을 그대로 넘긴 사람과, 다음 날이라도 조금 더 잔 사람의 건강 위험 흐름은 달랐다.
24일 국가데이터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세 이상 국민의 실제 수면시간은 요일 평균 8시간1분이었다. 2019년 8시간9분보다 8분 줄었다. 수면시간이 줄어든 것은 1999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이다.
연령별로는 50대가 가장 짧았다. 50~59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40분으로, 10대 8시간37분, 20대 8시간15분, 30대 8시간6분보다 적었다. 잠 못 이룬 사람의 비율도 11.9%로 5년 전보다 4.6%p 높아졌다.
◆잠 못 잔 다음 날, 회복 여부에서 갈렸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8만5618명의 손목 착용형 기기 수면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분석에 쓰인 수면 기록은 57만4230명·일이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수면 패턴과 사망 여부를 중앙값 기준 8년 동안 추적했다. 참가자 평균연령은 61.8세였다.
연구진은 개인별 필요 수면량보다 2.5시간 이상 적게 잔 밤을 수면 제한의 기준으로 봤다. 이후 첫 회복 기간에 필요 수면량보다 더 잔 경우는 회복 수면으로 분류했다.
결과는 갈렸다. 수면 부족 뒤 보충 수면 없이 지나간 사람은 규칙적으로 잔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15% 높았다. 수면 부족 폭이 더 컸고 회복 수면도 없었던 그룹에서는 위험이 42%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수면 부족 다음 날 더 잔 사람들은 규칙적인 수면 그룹과 비교했을 때 사망 위험 증가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잠을 줄인 사실 자체보다, 그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넘긴 패턴이 더 문제였던 셈이다.
◆주말 몰아 잠만 뜻하는 건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회복 수면은 주말에만 나타나지 않았다. 수면 제한 뒤 이어진 회복 수면은 평일 밤에도 적지 않게 확인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도 단순한 ‘주말 몰아 자기’가 아니라, 잠이 부족했던 직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였다.
그렇다고 “평일에 덜 자도 나중에 몰아 자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생활 속 수면 패턴과 사망 위험의 연관성을 본 관찰연구다. 수면 부족이 직접 사망을 일으켰다거나, 보충 수면이 사망 위험을 낮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는 고령층과 유럽계, 상대적으로 건강한 집단의 비중이 높다. 연구진 역시 이 결과를 모든 연령과 생활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분명한 메시지는 따로 있다. 잠을 줄이는 일을 당연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야근, 육아, 회식처럼 어쩔 수 없이 수면 리듬이 깨지는 날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그 상태를 며칠씩 끌고 가는 데 있다.
◆어젯밤은 못 바꿔도 오늘 밤은 바꿀 수 있다
잠은 하루만 부족해도 다음 날 표가 난다. 오전 회의에서 집중이 흐려지고, 평소보다 말수가 줄고, 오후가 오기 전부터 피로가 먼저 올라온다. 몸은 부족한 잠을 생각보다 빨리 알아챈다.
현실적인 대응은 거창하지 않다. 늦은 밤 스마트폰을 오래 붙잡는 시간을 줄이고, 오후 늦은 카페인을 피하고, 잠이 부족했던 다음 날에는 침대에 눕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잠을 못 잔 날이 생겼다면 그 상태를 며칠씩 끌고 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다음 날이라도 취침 시간을 앞당기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과 늦은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식으로 회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