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은 손아섭(두산)의 전유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그 최고의 교타자로서 역대 최연소 2000안타 신기록을 세운 손아섭은 2024년 6월 박용택(은퇴·2054안타)을 제치고 역대 최다안타 1위로 올라섰고, 이후에도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올 시즌 그 자리의 주인은 바뀌었다. 시즌 시작 전만 해도 손아섭이 2618안타, 최형우(삼성)가 2586안타로 32개 차이였다. 1983년생의 최형우가 리그 최고령 선수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에이징 커브’를 잊은 최고의 활약을 하는 사이 1988년생으로 다섯 살이나 어린 손아섭의 방망이는 갈수록 무뎌졌다. 지난달 14일 한화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타율 0.114(35타수 4안타)라는 최악의 부진을 거듭한 손아섭은 지난달 2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 시즌 시작부터 뜨거운 타격감을 뽐낸 최형우는 꾸준히 안타생산에 집중했고, 결국 지난 3일 4안타를 몰아치며 2623번째 안타를 신고하며 2군에 머물던 손아섭(2622안타)을 제치고 역대 최다안타 1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퓨처스리그에 내려가 조정기를 거친 손아섭은 지난 14일 1군 무대에 복귀했고, 자신의 이름값을 회복하고 있다. 복귀전이었던 14일 KIA전에서 안타를 신고한 손아섭은 23일 한화전까지 8경기에서 타율 0.375(32타수 12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군 엔트리 말소 전엔 타석에서 힘없이 물러나는 모습이 많았던 손아섭은 복귀 후 ‘악바리’라는 별명다운 면모를 되찾았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끈질기게 커트한 뒤 볼넷을 골라내거나 안타를 때려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두산 김원형 감독도 “(손)아섭이의 원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안타를 때려내지 못해도 정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손아섭은 “2군에서 아침 일찍부터 타격 연습에 매진했다. 20대 초반 이후로 이렇게 열심히 훈련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부진 탈출의 비결을 설명했다.
이제 최형우와 손아섭의 통산 최다안타왕 경쟁은 다시 시작된다. 23일 기준 최형우가 2641안타, 손아섭이 2634안타로 7개 차이다. 관건은 손아섭의 뜨거운 타격감이 지속될 수 있느냐 여부다. 23일 기준 타격 3위(0.353), OPS 2위(1.103), 볼넷 1위(36개) 등 최형우가 리그 최고의 타자로서 삼성에서도 중심타선에 배치되며 입지가 탄탄한 반면 손아섭은 아직 주전 자리를 확실히 차지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맹타 덕에 시즌 타율이 0.235(68타수 16안타)까지 올랐지만, 수비력이 크게 떨어진 손아섭은 장타력도 전성기 시절에 비해 현저히 하락해 지명타자를 보장해주기에도 어렵다. 과연 손아섭이 뜨거운 타격감을 계속 이어나가며 최형우에게 뺏긴 최다안타왕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