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올 들어 역대 최고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임대차 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정부가 ‘비아파트 매입임대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파트 공급 부족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민간 빌라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을 사들여 1∼2년 안에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조치가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수도권 전반의 공급 부족과 전세가격 상승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이 더 악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앞으로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전체와 경기 12개 시구 등 규제지역에 매입 물량의 70% 이상인 6만6000가구를 몰아줄 계획이다. 과거에는 LH가 건물을 동 단위로 통째로 사들여야만 했지만 앞으로는 한 건축물 안에서 20∼50가구씩 쪼개서 구입하는 ‘부분 매입’도 허용된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향후 2년간 민간 비아파트 공급이 장기 평균 이상으로 회복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중단 없이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 절벽에 현 정부의 대출·세금 기준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이 더해져 전월세 씨가 마르자 긴급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집’ 거래 한시 허용과 서울 태릉골프장 공급 일정 단축에 이어 이번 대책까지 지난 열흘 간 시장 안정화 방안을 연이어 쏟아냈다.
시장의 공급 가뭄과 전월세 지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349가구(임대 제외)로 이 업체가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1.36% 상승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4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시장에선 임대인 우위 구도가 강해지면서 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을 쓰면서도 현금을 더 얹어 주거나 별도로 월세를 내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임시방편적인 응급 처방이란 평가가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6만6000가구는 연간 약 3만가구 수준으로 전셋값을 끌어내리기보다 월세 급등과 비아파트 공급 공백을 막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공공이 미분양 우려 물량까지 떠안을 경우 일부 부실 사업장이 연명하는 부작용과 재정부담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매입임대로 전월세 시장 불안을 진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는 ‘투트랙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3기 신도시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지구는 총 6만7000가구 규모로, 지난 19일 토지보상 감정평가가 마무리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공급 일정이 실제 속도를 낼 수 있냐가 시장 안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