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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혐오표현 침투, 양극화 산물”… ‘의도’ 논쟁 도움 안 돼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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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탱크데이’ 논란 확산

李대통령 직격 후 각 부처 ‘탈벅’
상품권 이용배제 사실상 불매 속
野의원 “탱크는 액체 용기” 발언
“혐오 의도” “우연” 정쟁으로 번져

전문가들 “전형적인 도그휘슬
기업 검수 부재가 문제 본질” 지적
경찰 ‘5·18 허위게시물’ SNS 내사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사실상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이를 야당이 비판하는 등 정쟁화하면서 문제가 된 마케팅이 ‘의도한 것이냐, 우연이냐’를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도그휘슬’(개 호루라기)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적 특징이란 진단이 나온다. ‘도그휘슬’은 개 호루라기 소리를 개만 알아들을 수 있듯, 특정 집단 내에서만 혐오·정치 메시지로 해독되고 외부에서는 무해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뜻한다. 탱크데이 사태처럼 ‘혐오표현 침투’가 외부에 드러나면 어김없이 발신자 의도 유무를 놓고 ‘해석 전쟁’이 벌어진단 것이다.

매장에 본사 사과문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이후 일각에서 불매 운동 목소리가 제기된 24일 서울 강남구 한 스타벅스 매장 벽면에 본사 사과문이 게시돼 있다. 유희태 기자
매장에 본사 사과문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이후 일각에서 불매 운동 목소리가 제기된 24일 서울 강남구 한 스타벅스 매장 벽면에 본사 사과문이 게시돼 있다. 유희태 기자

◆혐오표현 침투, ‘양극화 산물’

 

24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기업·기관의 제작물에서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는 혐오표현이 확인돼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년 전인 2019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이미지에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써 논란이 됐다. 2021년 편의점 GS25의 홍보 포스터 속 손 모양이 특정 커뮤니티의 혐오표현인 ‘집게손가락’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스타벅스 논란에 이어 래퍼 리치이기(본명 이민서)가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5월23일)에 시작 시간(오후 5시23분)·티켓 가격(5만2300원) 등을 ‘523’으로 맞춘 공연을 추진하다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남녀 갈등, 정치 진영 등 여러 갈래에 기반한 혐오 현상이 일상화하고 있고, 그런 사회 변화가 탱크데이 논란과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데 배경”이라며 “특정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그걸 더 불려나가기 위한 행동을 시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기업 내 검수 부재가 사안 본질”

 

이재명 대통령이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저질 장사치 막장행태”라 직격하고 나서자 최근 여당은 물론 각 부처에서도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 이용 배제 등 사실상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일주일여 남은 만큼 야당이 각을 세우면서 논란이 정쟁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물장사하는 집에서 ‘탱크’라고 하면 당연히 액체 담는 용기를 의미한다”며 탱크데이 마케팅이 ‘우연’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반응 자체가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례와 같은 ‘도그휘슬’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적 특징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직접적인 혐오 표현과 달리, 특정 집단만 해독할 수 있도록 배치된 메시지이기 때문에 발신자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 유무를 다투는 논쟁은 반복되는 혐오표현 침투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진영 갈등만 부추긴다. 이 교수는 “시민사회의 자정능력에 맡겨야 한다”며 “정치권·정부는 제도·정책적으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회장 사퇴 촉구 23일 서울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정용진 사퇴! 스타벅스 불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 회장 사퇴 촉구 23일 서울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정용진 사퇴! 스타벅스 불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탱크데이 논란의 경우 결국 ‘기업 내 검수 체계 부재’가 사안의 핵심이기에 여기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 문제는 결국 회사 내 결재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 그대로 (혐오표현이) 노출된 게 본질”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번 논란으로 고발당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22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관계자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청은 5·18 민주화운동법 등을 위반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37개 SNS 계정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5·18, 북에서 지령받은 간첩들’이란 제목의 신문기사 형태 허위게시물을 유포한 50대 여성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