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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백만섭 시인, 삶의 상처와 희망 담은 시집 ‘새벽은 찾아온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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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찾아온다/백만섭/좋은땅/1만2000원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어린 저를/ 품에서 떼어놓은 당신은/ 누구 입니까// 대답이 없는 줄 알면서도/ 묻고 있습니다// 막막한 길 위에서/ 시간을 넘기며/ 눈물을 내려놓고 있습니다// 한낮이 지워지고/ 겹겹이 좁혀 오는 밤의 소리/ 그걸 또 견디기 어려워/ 눈을 감고 잠들기를 기다리는데/ 찾아온 것은 새벽이었습니다” <새벽은 찾아온다>  

 

백만섭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새벽은 찾아온다’ 를 출간했다. 올해 93세인 시인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이산의 아픔을 지나온 자신의 삶을 담담한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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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섭/좋은땅/1만2000원

이번 시집에는 어린 시절 홀로 월남해 타향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긴 세월 끝에도 삶을 견디게 한 희망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표제작 ‘새벽이 찾아온다’는 어둠 끝에 결국 희망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집 전반에는 고향 평안북도에 대한 짙은 향수와 떠나온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흐른다. ‘눈 녹은 물’, ‘가지 못하고 있다’ 등의 작품은 지나간 시간과 인연을 향한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며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백 시인은 어린 시절 월남한 뒤 학업을 이어가며 한의학과 약학을 공부했고, 충남 서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평생 사람들의 아픔을 돌봐 왔다. 이러한 삶의 경험은 그의 시 세계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려한 기교 대신 진솔한 고백으로 채워진 시편들은 독자들에게 소박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문학과 한의학, 언론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저자의 이력도 작품에 풍성한 사유를 더한다.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공존하며 독자들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조용한 메시지를 건넨다.

 

백 시인은 서문에서 “거의 왔다고 짐작은 하지만 어디쯤 왔는지 모른다”며 “마지막 가는 길 앞에 놓인 시간을 시 쓰기로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시집을 또 한 권 내놓으면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1934년 만주에서 태어난 백 시인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린 나이에 홀로 남하했다. 이후 학업을 이어가 약사가 됐으며, 서산에서 ‘백약국’을 운영했다. 현재 서산시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음섬 속 하나’, ‘바래지 않는 그림’, ‘좁고 가파른 층층대’ 등의 시집을 펴낸 바 있다.